[신춘문예] 김진선 동화 당선소감

인생의 좁은 길 위주로 다닌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이인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최선책보다는 차선책으로 사는 것 같아서 낙망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인자가 되어보니 일인자였으면 도무지 보지 못할 시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넓은 길이 아닌 좁은 길이라서, 일인자가 아닌 이인자라서 볼 수 있는 아픔과 슬픔을 통해 조금 더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한 해 두 해 지날수록 내 머릿속 이야기들의 불씨가 잦아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언제든 다시 뜨거워지면 꺼내서 쓸 불쏘시개는 가슴 속에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노랑이와 할매는 오랜 시간을 두고 빚어진 글입니다. 기나긴 퇴고를 거쳐서 드디어 오늘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노랑이와 할매의 여행을 응원합니다. 이 추운 겨울 노랑이와 할매가 찾아갈 그 누군가에게 땃땃한 손을 내밉니다. 세상이 흉흉해서 동화 따위는 읽지 않는다 할 지 몰라도 아직 세상에는 꽤 괜찮은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지난 화요일 엄마가 무릎수술 후 퇴원하는 날이었습니다. 천안 봉명 역에서부터 서울 남영 역까지 2시간 가까이 전철을 타고 왔습니다. 전날 병원의 차가운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잤던 지라 따뜻한 의자에 앉자마자 잠들어 버렸습니다. 따뜻한 온기덕분에 모든 것을 다 잊고 푹 잘 수 있었습니다. 그 날 042 지역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광고 전화인 줄 안받았습니다. 기쁜 소식인지도 모르고 말이죠. 유난히 추웠던 날 한 통의 전화로 따뜻해졌습니다.

차가운 세상에서 따뜻한 글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오빠 새언니 하민이 지솔이 이모 그리고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귀하고 고마운 나의 친구들 기도의 동역자들 감사합니다.

나보다 더 기뻐해 준 청양선교팀 불쏘시개팀 로나언니 혜경언니 보은언니 미영언니 시현언니 수경엄니와 독수리자매들 다스리 예원이 화혜 미진이 지영이 치코 개미 혜선이 미선이

그리고 늘 먹이고 채워주는 귀한친구 유정이

사랑하는 동생 민갱이 남지 수련이 세미 자운 영미 고야

팟캐스트 `평사보이` 진행하고 있는데 함께하는 평사보이 친구들아 "그래, 우리 여기까지 참 잘 왔다. 고마워. " 언제든 자유롭게 글 쓸 수 있게 배려해주고 노랑이와 할매 프린트까지 손수 해 준 카페 엘마레 명희사장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립니다.

1982년 서산 출생

숭의여자대학 문예창작학과 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