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의 임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무를 파악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기관을 운영하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12일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출연연 기관장의 임기는 3년으로 명시돼 있다. 우수한 기관 평가를 받은 기관장을 재선임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규정 자체가 까다로워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역 과학기술계는 3년이라는 시간은 기관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부임 후 현황을 파악하는 데만 1년 정도가 걸리고 1년 동안 자신의 소신을 펼치다 보면 어느 덧 후임이 부임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임기 마지막에는 레임덕 현상도 나타나 자신의 구상과 로드맵을 펼치기에는 1년이라는 시간밖에 없다. 또 짧은 임기는 출연연 중장기 발전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게 하고, 연구 일관성을 저해할 우려도 크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부임 후 1년은 전임 기관장이 세워놓은 계획에 따라 업무를 숙지하는 기간이다. 3년이라는 임기를 보면 1년은 매우 긴 시간"이라며 "2년 차부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하면 임기 마지막 해에 접어든다. 레임덕이 오면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출연연 기관장의 임기는 해외 연구기관 등 유사 연구기관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짧고, 정권교체 시 기관장이 중도 사퇴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잦은 기관장 교체로 연구원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 2013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연구평가가 최우수 등급에 해당하는 기관의 원장을 재선임할 수 있도록 했지만 까다로운 규정 탓에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출연연 기관장의 임기를 최소한 5-6년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도 책임경영 확보를 위해서는 기관장 임기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법을 개정해야 하는 내용이라 아직 추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진국 연구기관장의 임기는 최소 4년이고 연임과 종신도 가능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임기가 너무 짧은 만큼 적어도 5년 이상으로 기관장의 임기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과학기술계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장기간 기관을 운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파벌이나 정치성을 배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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