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공원 결의안 부결 의미

대전 월평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월평공원 사업 공론화 촉구 결의안`이 상정된 6일 대전시의회를 찾아, 결의안 부결과 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희제 기자
대전 월평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월평공원 사업 공론화 촉구 결의안`이 상정된 6일 대전시의회를 찾아, 결의안 부결과 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희제 기자
대전시의회의 6일 `월평공원 사업 공론화 촉구 결의안` 부결은 의회 운영의 총체적 부실을 엿볼 단초라는 분석이다.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당 의원이 발의해 상정된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적 미숙을 드러냈다. 또 의안 대리서명 논란을 통해 의원 개개인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내년 시장선거 알력싸움 가능성은 중앙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방자치의 어두운 단면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결의안 부결이 갖는 정치적 의미와 과제를 짚어봤다.

◇정치적 미숙함 드러낸 의회 다수당

월평공원 사업 공론화 촉구 결의안 부결로 난감해 진 쪽은 다수당인 민주당이다. 전체의원 22명 중 16명이 소속돼 의안을 통과시킬 여력이 충분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특히 본회의 전 전체의원 간담회를 거친 뒤 부결됐다는 점에서, 의견 조율 기능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자아낸다. 의원 간담회라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총의를 모을 수 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결의안 부결은 대전지역 민주당 내 `불협화음`도 고스란히 표출했다. 권선택 대전시장과 같은 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이 수개월간에 걸쳐 행정절차가 진행된 뒤 결론이 난 사항에 대해 다시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회와 집행부간 소통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와 함께 의안 대리서명 논란이 민주당 의원 일색으로 불거졌다는 점은, 의회에 대한 불신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의안 대표발의자와 대리 기명된 의원 모두가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정당이 갖는 유대감이 의원 고유 업무인 의안 처리를 가볍게 보는 풍토를 만든 것 아니냐는 관측을 자아냈다. 특히 의안 대리서명이 단수가 아닌 같은 당 소속 복수 의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의원 개개인의 자질에 대한 의심도 심화시킬 전망이다.

◇시장 출마예상자 개입설로 지방자치 후퇴

이번 결의안 부결은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이라는 고질적 문제도 노출시켰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민주당 내 차기 시장선거 출마예상자간 알력다툼의 일환으로 결의안이 발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며, 결의안 상정의 정당성을 훼손한 것.

결의안이 발의되자 일각에선 민주당 소속으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장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상민·박범계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이 같은 관측은 대표발의자와 공동발의자 대부분이 이·박 의원 소속 의원들로 채워지면서 신빙성을 높였다. 이 의원 지역구인 유성을과 박 의원 지역구인 서구을 소속 시의원들이 `사실무근`이라 주장했지만 무소득이었다. 대리서명 논란의 주역이 모두 이·박 의원 지역구 소속으로 채워지며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것. 이 같은 상황은 향후 민주당의 지방분권 구호에 대한 의심과 지방의원 자질논란으로 번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여지가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민단체 시정 발목잡기 사실상 `제동` 가능성

의회의 결의안 부결은 시민단체와 대전시간 갈등 구도 변화에도 일정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 동안 지역 시민단체는 시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던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 갑천친수구역 개발, 민간공원 개발 사업 등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일부 사업은 제동이 걸리며 표류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의회가 시민단체 반대 요구가 거센 월평공원 사업에서 집행부의 손을 들어주며, 시민단체의 투쟁 일변도라는 노선에 `숙제`를 남기게 됐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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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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