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청권에서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범죄 예방 대책이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충북 청주에서는 대학 동기에게 흉기를 휘두른 A씨(25)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학 재학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B씨(25)가 졸업 후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난 A씨가 흉기를 미리 구입한 뒤 B씨를 불러내 살해하려 했다는 것. 청주 도심 상가 계단에서 저지른 A씨 범행을 본 시민들이 놀라고 겁에 질려 대피하는 등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충남 아산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1세·5세 두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30대 엄마 C씨가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채무 때문에 생활고를 겪으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도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청주에서는 이별통보한 여자친구를 찾아가 성폭행하고 이를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 D씨(29)가 법원에서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7월 대전에서는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 다툰 후 집에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E씨(27)가 징역 3년을 최근 선고받았다.

이처럼 충청권에서 강력범죄가 잇달아 발생하자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신 또는 가족이 범죄의 표적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

남녀 사이에 발생하는 범죄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신고를 장려할 뿐 기물파손·상해관련 기존 법률을 적용하는데 그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신고 사실에 앙심을 품은 피의자가 보복을 하는 등 2차 피해가 적지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일어나는 범죄들의 경우 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기반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친구·연인 등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강력범죄를 막으려면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부·친구 등 관계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에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특징을 문제로 인식해야 하며, 연인·친구 관계에 언어폭력·성폭력 등 다양한 유형의 폭력이 동반되는 것을 쉬쉬하는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생활고를 비관해 두 아들을 살해한 아산의 어머니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엄마의 역할과 실제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은 커져가는데 비해 개인의 의무는 줄지 않는 구조가 괴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난 범죄의 피해자는 처벌보다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법 개정과 함께 경찰 순찰 강화, 사회적 인식 변화가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호·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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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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