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이 뭐야"

수컷의 아랫배에 돌기물이 있었으며 그게 암컷의 생식기 주변을 핥고 있었다. 그건 수컷의 생식기가 아니었다. 자세히보니 그건 발이였다. 뱀에게는 다리가 없는 법이었는데 그 보아에게는 다리가 있었다. 아주 짧고 작은 발이었지만 그건 분명 발이었다. 다리의 발목 밑부분과 같은 발이었으나 그건 분명 발이었다. 발등과 다섯 발가락과 발톱만이 있는 발이었지만 발은 발이었다.

그 발은 왜 거기에 붙어있으며 무얼 하는 발일까.

그건 걸어다니는데 쓰여지는 발이 아닌 것 같았다.

그 보아의 발은 두가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나는 그 발로 암컷의 몸을 더듬으면서 암컷의 성기를 찾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발로 암컷의 성기 주변을 핥으면서 애무를 하는 일이었다. 다른 동물들처럼 짝짓기를 하기 전에 암컷을 흥분시키려는 것이었다. 소위 전희였다.

그 수컷의 전희는 예사 전희가 아니었다. 수컷의 그 전희는 그 녀석의 목숨이 걸려있는 전희였다.

그때 보아의 암컷은 식욕(食慾)이 생겨 수컷을 잡아먹으려고 꼬리를 물고 있었는데 수컷의 발이 그 암컷의 색욕(色慾)을 야기시켜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대신 짝짓기를 원하게 만들지 않으면 수컷은 암컷에게 잡아먹히게 되어 있었다.

그 보아의 암컷은 수컷을 잡아먹느냐 아니면 그 놈과 짝짓기를 하느냐를 선택할 갈림길에 있었으며 수컷의 전희가 효과를 내지못하면 놈은 암컷의 밥이 되게 되어 있었다.

수컷은 필사적이었다. 암컷의 몸을 감아 돌면서 발로 암컷 성기 주변을 긁고 있었다.

수컷 발의 전희의 동작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 감미로운 애무에 암컷의 생식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가느다란 홈 같은 생식기가 좌우로 벌어지면서 수컷의 굵은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람 주먹만큼이나 굵고 뭉뚝한 수컷의 성기가 암컷의 벌어진 성기 안으로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벌렁거리는 암컷의 성기가 그걸 빨아들이고 있었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대신 수컷과 짝짓기를 하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그건 어려운 짝짓기였다. 수컷의 목숨이 달려 있는 짝짓기였는데 보통 뱀에게는 없고 그 뱀에게만 있는 짧은 발이 수컷의 목숨을 살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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