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고향 가는 경비와 부모님 선물·용돈만 챙기면 됐는데, 올해는 연휴가 길어 아이들과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경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10월에 몰려 있는 결혼식은 또 얼마나 많은지…."

대전 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동범(39) 씨의 고민이다. 5월 황금연휴에 이어 10월에도 최장 열흘 간의 연휴가 이어지자 김씨와 같은 가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씨는 경남 창원이 고향으로 평소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 만큼 명절에는 꼭 본가를 방문한다. 거리가 먼 만큼 갔다 오는 데에만 7만-8만 원 정도의 교통비가 소요되고, 용돈에 선물까지 준비하려면 최소 50만 원은 필요하다. 올해는 연휴가 길어져 아이들과 전남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연휴기간 대부분의 숙박업체들이 주말요금을 적용해 평일 8만 5000원 하던 4인용 객실이 연휴기간에는 6만 원이나 비싼 14만 5000원에 달한다. 켜켜이 쌓여 있는 지인들의 청첩장도 김 씨에게는 부담이다.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7명의 지인이 결혼한다. 자신의 결혼식에 모두 축의금을 한 만큼 경제적으로 쪼들린다고 해서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 씨는 "예상대로라면 연휴기간 동안 최소한 100만 원의 비용이 들 것 같다. 여름휴가를 못가 연휴기간 여행을 계획했는데 한 번에 돈이 나갈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난다"며 "자녀들과 약속을 한 만큼 올해는 부모님에게 선물은 따로 하지 않고 용돈만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활비에 대출 원리금, 양육비 등을 제하고 한 달에 30만-40만 원의 여윳돈이 남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적자가 날 것 같다"며 "친한 정도를 따져 축의금을 내기도 어렵다. 3만 원과 5만 원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 추석연휴가 길어지면서 직장인들은 추석경비가 지난해보다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행 등 여가 비용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포탈 잡코리아는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미혼·기혼 직장인 1349명을 상대로 예상 추석경비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추석연휴 직장인들이 쓸 것으로 예상한 비용은 평균 48만 4000원으로 지난해 조사 때의 40만 3000원보다 약 8만 원, 20% 늘어났다. 특히 기혼 직장인의 추석 예상경비는 지난해 42만 9000원보다 약 40% 높은 64만 1000원을 예상하고 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미혼 직장인은 지난해의 36만 원보다 2만 2000원 늘어난 38만 2000원을 쓸 것으로 예상돼, 기혼 직장인과 차이를 보였다"며 "최대 열흘에 이르는 전례 없이 긴 연휴로 여행 등 여가를 계획할 수 있는 점 등이 반영된 탓"이라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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