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할랄인증 수출기업이 유럽에 퍼진 반 이슬람 정서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EU(유럽연합)를 향해 IS(Islam State, 이슬람국가)가 끊임없이 테러를 벌이자 이슬람 식품인증제도인 할랄인증제품이 판매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13일 지역 무역업계, 대전충남KOTRA지원단에 따르면 식품, 화장품분야에서 할랄인증을 받은 지역 제조기업이 유럽 수출시장 진출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랄인증을 받은 대전지역 수출기업 다수는 동남아권 진출과 할랄이 건강식품이라는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자격을 취득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IS 테러 전 후로 나뉘어 시장상황이 급변한 점을 꼽으며 우려감에 휩싸였다.

화장품을 제조하는 대전지역 A사 관계자는 "유럽권에서 테러가 발생하기 전에는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수출길이 열리는 듯했으나 IS 테러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며 "바이어가 직접적으로 거부의사를 표하지는 않았지만 동남아와 중동 진출을 위해 할랄인증을 받은 것 때문에 유럽권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유명건강기능식품 제조사인 B 기업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회교권 시장을 겨냥해 일부 제품에 할랄인증을 받아 시장에서 판매 중"이라며 "다행히 회사 전 제품을 할랄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여서 유럽권 시장 진출에 있어서는 인증이 없는 제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테러로 인해 반 이슬람 정서가 극도로 높아진 상태에서 해외바이어가 할랄인증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안경남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기업협의회장은 "할랄인증을 받은 지역기업이 유럽 바이어와 수출상담을 할 때 할랄마크가 새겨진 카탈로그나 제품 패키징을 빼고 접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국가간 분쟁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되는 부분을 없애는 운용의 묘가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 밖에 미국과 이란의 국제정서 악화에 따라 이란을 다녀온 무역업자가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는 것처럼 할랄인증제품이 유럽 진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어성일 대전충남KOTRA지원단장은 "함부르크무역관장으로 근무할 당시 국내 식품기업이 수출을 위해 상담을 하던 중 독일바이어가 할랄마크가 새겨진 것을 보고는 수입하기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던 적이 있다"며 "유럽권에서 IS의 잇따른 테러로 인해 할랄인증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할랄은 이슬람 율법으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뜻하며, 이슬람식으로 도축된 식품 등을 인증하는 제도다.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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