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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참여 정치 중립적 교육 개혁안 마련 필요"

2017-08-20기사 편집 2017-08-20 16: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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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오디세이] 신극범 전 대전대학교 총장

첨부사진1신극범 전 대전대 총장은 신설 논의가 한창인 국가교육회의에 대해 "국민교육의 철학을 재정립하고 공교육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도록 혁명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신용 기자
2세 교육과 교육행정에 50성상(星霜)을 바쳐온 이 노(老)교육학자에게 최근의 교육 현실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신극범 전 대전대학교 총장은 공자의 '不在其位 不謨其政'(부재기위 불모기정·그 직책에 있지 않거든 정사를 논하지 말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 교육 전반에 대한 당부의 말을 했다. 쓴소리라기보다 애정이 담긴 조언이자 따뜻한 제안으로 들렸다. 신 전 총장은 "교육은 백년대계인 만큼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실효성 있는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헌법과 교육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 먼저 근황이 궁금합니다.

"無事奔走(무사분주·하는 일없이 바쁨)라는 말이 있죠. 세월이 참 빠르네요. 제가 관여했던 모임이나 행사에 자주 나갔는데 요즘엔 주로 자료 정리를 하고 있어요. 아, 지난 6월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 2017학술대회에 초청돼 '왜 교육정책이 교육을 망치는가'라는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을 했네. 같은 날 대전고 동기동창 모임인 상친회 60주년 모임에 참석했어요. 제가 대전공고(현 한밭대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하면서 교육계에 첫 발을 디딘 것도 바로 60년 전이라 감개무량했죠."

-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교육정책이 수술대에 오르곤 합니다.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세요?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돼 조심스럽습니다. 교육이 우리나라를 부흥시켰다고 자부했는데 교육이 나라를 망쳤다는 말이 들립니다. 현재 우리 교육이 불신을 얻고 있으니 안타깝죠. 학령인구 급감과 제4차 산업혁명 같은 걸로 볼 때 교육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다만, 교육정책은 즉흥적인 발상으로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실효성 있는 교육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헌법과 교육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 국가교육회의가 설치된다고 합니다.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러 가지 이름으로 교육부 행정구조를 고치고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교육정책을 바꾸고 개선을 해왔죠. 모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오늘의 난맥상을 가져왔습니다. 입시학원이 주최하는 대학입시설명회에 학부모 수천 명이 몰려드는 게 현실 아닌가요? 국민교육의 철학을 재정립하고 공교육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도록 혁명적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거국적 국민운동을 전개해 국민 의식을 개혁하고 학생들의 입시 준비 고통을 덜어줘 그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해야겠죠. 교육행정도 중앙과 지방의 역할과 기능을 조절하고 단위학교에 최대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시급히 탈피해야 할 건 획일과 통제겠죠. 획일적 통제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가로막고 교육 발전을 저해합니다. 생각해보세요. 교육이 정치에 종속된다면 진리고, 정의고, 나라 꼴이 어떻게 유지되겠어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라가 바뀌게 되겠죠."

-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놓고 논란이 한창입니다.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절대평가나 상대평가는 교육성취도에 대한 결과를 측정하는 것으로 교육활동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교과 내용이 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변별력과 공정성이 문제 되는데 연구하면 해결책이 나올 겁니다. 수학능력시험도 객관식 선다형 문제보다 주관식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해요. 학생 선발권과 평가는 학교에 맡기는 게 좋습니다. 차제에 전국 단위로 일시에 시행하는 국가 주도의 시험 제도도 재검토할 때입니다."

- 사학 발전을 위해선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대학입시를 각 대학의 지율에 맡기는 게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국가가 사립학교까지 공립학교와 동일하게 통제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물론 사학의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성 확보가 전제돼야겠죠.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억제와 입학금·전형료 인하를 놓고 정부의 압력을 은근히 받고 있으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대학평가에서 불이익 받는 게 두려워 항의도 못하는 거 같아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교육부가 지원금을 나눠 주면서 등급을 메기는 건 어불성설이죠. 정부가 지나친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대학들의 입장을 고려해주기 바랍니다."

- 요즘 지방대 어려움이 큽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고령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80년대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국립대를 통합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걸 구상 중이라니 사립대에도 영향이 있겠죠. 생존을 위해선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탈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구성원들에게 우리 대학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학마다 장점이 있지 않나요? 대전대에 있을 때 '하버드에는 하버드 대학이 있고 대전에는 대전대가 있다'고 강조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신 전 총장은 한국교육개발원 재임 시 UNFPA(유엔인구기금) 지원 인구교육 사업을 실행한 경험이 있다. 그는 문제가 된 '교원 임용 절벽' 사태와 관련, "학령 인구 급감이라는 변화상에 재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세기를 교육자의 길을 걸으셨는 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3년간 재임한 이력이 눈길을 끕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전두환 대통령 때였어요. 대통령은 여야,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원수라는 각오로 모셨어요. 정치는 편싸움이지만 대통령이 지나치게 편을 갈라서 국정을 운영해선 안 된다는 믿음에서였죠. 반대편의 의견과 입장을 듣고 그 분들이 가진 잘못된 인식이나 오해를 풀어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내 생각이 잘못된 것도 발견하기도 했고요. 모든 대통령에게 공과가 있겠죠. 국민통합을 위해 역대 대통령을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해요."

- 출향 인사들과는 자주 만나시는지요?

"지난 18일엔 백소회에 다녀 왔어요. 충남 논산 출신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 축하 모임을 겸했죠. 대전대에서 은퇴한 직후에는 많은 교류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지. 애용하는 지하철에서 오래 전 친구들을 만나면 참 즐거워요."

- 저서에 보면 어려서 많이 걸어다녀 건강하다고 하셨습니다. 건강 비결을 귀띔해 주신다면.

"체격은 작아도 체질이 비교적 강한 편이죠. 하하. 집(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앞에 탄천이라고 조그만 냇가가 있는 데 잉어떼와 오리 같은 여러 종류 새가 살아요. 지금도 틈만 나면 걸어요. 바로 이웃에 네이버 본사가 있는데 거기 도서관 가서 새로 나온 책을 읽고요. 건강관리라는 게 중고자동차 관리하는 것과 비슷해요. 고장 나면 즉시 수리해야겠죠. 건강보다 중요한 게 없으니까."

- 충청도민들에게 인사말을 하신다면?

"저를 길러주고 오늘까지 성원해주신 고향 선배와 친지, 도민 여러분께 늘 감사 드리는 마음이죠. 대전대 총장 때 깊은 사랑을 받았어요. 대전대를 사랑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향을 떠나 있지만 충청인의 긍지와 명예를 지키며 고향 발전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세종시를 보더라도 충청이 나라의 중심에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았어요. 도민 여러분의 가정에 하나님의 은총과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 충청의 대학생들에게 격려와 당부의 말씀을 해주시지요.

"새천년 시작인 2001년부터 대전대 총장으로 젊은이들과 함께 한 걸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이 급속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가장 유리한 환경에 있는 게 대전·충청지역 대학과 대학생입니다. 더 이상 여러분은 지방대 학생이 아니에요. 긍지를 가지세요. 즐겁게 도전에 나서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대담=송신용 대기자 겸 논설위원





지방사학 대규모 투자 특성화 성과

신극범 전 총장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대전고교와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교육대학원을 거쳐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7년 교사를 시작으로 OEC(주한미경제조정관실) 교육관과 한국교육개발원 수석연구원, 한양대 사범대 교수 및 학장을 지냈다. 사립대 교수 겸직 고위관료(문교부 교직국장) 1호 기록을 썼다. 한국교육학회 회장과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초대회장, 교육부 중앙교육심의회 위원장,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은 주요 대외 활동 이력이다.

특히 한국교원대 총장을 비롯해 광주대학교 총장, 대전대학교 총장으로 15년 동안 대학을 이끈 사례는 찾기 힘든 사례다. 대전대 총장 때 임용철 당시 이사장과 호흡을 맞춰 지방대로서는 파격적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했고, 특성화 우수대학 및 지방대 육성지원사업 등에 잇따라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원대학교 산파역이기도 하다. 스승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과 여교사 출산 장기 휴가제 도입, 숙직전담제, 학교장에 대한 관용차 지원 같은 결실은 문교부와 청와대 재임 시절 일궈낸 대표적 작품이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일하면서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성공 개최, 독립기념관 개관 토대를 닦았다.

그의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관선 교원대 총장 취임 뒤 6차례 총장실을 점거 당하고, 교무위원 불신임 사태까지 맞았지만 끝내 초대 민선총장으로 신임받기에 이른다. 진정성과 소통 능력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경청과 현장을 중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황조근정훈장과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전수 받았다. 명예박사 수준의 권위로 이름이 높은 미시간주립대 자랑스런 동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에세이집 '교육만이 희망이다'와 교육 인생을 담담하게 녹여낸 '극기의 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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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2001년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계 원로들을 대전으로 초빙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현재 전 국무총리, 권이혁·민관식·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이영덕 전 총리, 신 총장, 이항녕 전 홍익대 총장, 서명원·윤택중 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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