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코끼리는 그날 오후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자기를 돌봐주는 사역사를 죽이고 도망갔다는 보고였다. 흰 코끼리는 자기를 묶고 있던 말뚝을 뽑아 말뚝과 쇠사줄을 질질 끌면서 도망갔는데 눈에 보이는 사람이나 동물들을 모두 습격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는데 흰 코끼리가 어둠 속에서 움직이면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흰 코끼리는 힌두교의 으뜸 스님인 모하메드 스님의 관사쪽으로 가고 있었다.
모하메드 스님이 위험했다.
핀사드 영감과 마드리드양은 두목 코끼리의 등에 타고 그리로 달려갔다.
그래서 흰 코끼리와 두목 코끼리는 거의 동시에 모하메드 스님 관사의 마당에 도착했다.
발작한 흰 코끼리가 코를 휘두르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었는데 자기와 거의 동시에 그곳에 도착한 두목 코끼리를 보더니 발작을 딱 멈추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목 코끼리는 핀사드 영감의 지시도 받지 않고 코로 주저앉아 있는 흰 코끼리를 한 번 후려갈겼고 흰 코끼리는 비명을 지르면서 엎드렸다. 무조건 항복이었다.
그러자 신으로 모시고 있는 흰 코끼리의 처참한 모습을 본 승려들과 코끼리사역사들이 몽둥이를 갖고 뛰어나왔다. 총을 갖고 나온 승려도 있었다. 총을 갖고 나온 승려는 신으로 모시는 흰 코끼리를 발로 짓밟고 있는 두목 코끼리를 겨냥하여 총을 들어 올렸으나 그가 발포하기 전에 가르토가 먼저 발포했다. 가르토는 두목 코끼리를 쏘려는 그 승려를 제지하려고 공포를 쏘았으나 그 총탄은 아슬아슬하게 승려의 뺨을 스쳤다.
가르토의 고함에 그 승려는 주춤했는데 그때 마호메드 스님이 그에게 총을 버리라고 지시했다. 그 송려는 총을 버렸다.
그러자 마호메드 스님은 마드리드양을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저 흰 코끼리는 하나님이 부르시고 있다고 말씁하셨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엄숙한 장례식을 치러야 되겠구만…"
흰 코끼리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지 못했다. 두목 코끼리가 때려죽인 것이 아니라 영국에서 보내온 독의 작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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