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우산을 수리 중인 정동승 어르신. 사진=대전 중구 제공
고장난 우산을 수리 중인 정동승 어르신. 사진=대전 중구 제공
고장난 우산을 새 우산으로 고쳐주는 `맥가이버` 같은 할아버지가 있다. 주인공은 대전 중구 태평2동 버드내아파트1단지 경로당 회원인 정동승(80)씨.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사용하지만 우산살이 휘거나 부러지면 버리기 일쑤다.

정씨는 이런 고장난 우산을 모아 수리해 새 우산으로 재탄생시킨다. 그의 손을 거치면 고장난 우산들이 새롭게 태어난다.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정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과 베란다는 작은 공작소다.

경로당 회원들이 재활용 수거함, 주택가 등에서 버려진 우산을 발견하면 경로당으로 가져오는데 이를 수거해 정씨가 고치는 것이다.

정씨는 7년 째 고장난 우산을 수거·수리한 뒤 복지시설과 양로원, 초등학교, 동주민센터 등에 `정씨표 나눔우산`을 기증하고 있다. 나눔우산만 무려 3000개가 넘는다.

정씨가 태평동 맥가이버 할아버지가 된 계기도 눈에 띈다.

어린이집 차량을 운행하던 당시 정씨는 어린이나 학생들이 갑자기 비가 오면 가방으로 비를 피해 뛰어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됐다. 이 모습을 자주 보면서 본인이 가진 손 재능을 이용해 헌 우산을 새 우산을 고쳐 나눠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정씨는 청년 시절 전파사를 하는 친구 일을 도와주면서 전자 기기를 고치는 등 경험을 통해 손 기술이 좋은 편이다.

지난 7일 버드내초등학교를 찾아 우산이 준비되지 않아 비를 맞는 학생이 없도록 해달라며 나눔우산 100개를 전달했다.

정씨는 "갑작스런 비에 어쩔 줄 모르고 비를 맞고 가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고장난 우산을 수리해 전달하고 있다"며 "작은 노력이 이웃에게 긴요하게 쓰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외 고장난 선풍기, 벽시계, 청소기 등 600여 점의 가전제품도 수리해 주민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효일 회장은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따뜻함을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어 뿌듯하다"며 "모범이 되는 어른들로 생활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정원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장난 우산을 수리 중인 정동승 어르신. 사진=대전 중구 제공
고장난 우산을 수리 중인 정동승 어르신. 사진=대전 중구 제공

김정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