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세계 각국의 신문에는 무사히 탄생하자마자 엄마 젖을 빨고 있는 예쁜 기린 새끼의 사진들과 함께 기린의 출산이 크게 보도되었다.

신문들은 신출내기 젊은 수의사의 동물에 대한 사랑과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그런 수술을 성공시켰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그런 신문들이 나온 다음날에는 리치동물원의 입장객들이 평소의 3배로 증가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선 어린이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 엄마와 어린이들은 긴 속눈썹이 드리워져 있는 아름다운 기린 새끼의 눈을 보고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했다.

리치동물원에는 세계 각국의 동물원으로부터 야생동물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 서류가 쇄도하고 있었다.

따라서 마드리드양은 눈 코 뜰 수 없을 정도로 바뻐졌다.

그런데 리치동물원 안에서도 새로운 환자가 속출되고 있었다. 당장 손을 봐주어야 할 중환자도 있었다.

동물원에서 석 달 전에 신설한 파충류관에 수용한 인도산 킹코브라도 그중의 하나였다. 킹 코브라는 벌떡 일어서면 키가 5m나 되는 괴물이었는데 그놈이 원인모를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녀석은 두 달전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았으며 눈도 감고 있었다. 놈은 마치 동물원의 대접에 항의의 시위라도 하듯 헝거 스트라이크를 하고 있었다.

녀석을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한꺼번에 소 열 마리를 독살시킬 수 있는 맹독을 갖고 있는 녀석을 어떻게 치료하겠는가.

그러나 겁이 없는 신출내기 수의사인 마드리드양은 그 환자의 치료를 맡았다. 마드리드양은 전날 치과의사가 되어 코끼리의 이빨을 뽑았으나 이번에는 안과의사가 되어 킹코브라의 감겨 있는 눈을 치료하기로 했다.

야생동물의 눈을 고쳐주는 의료기구 따위는 없었으나 마드리드양은 핀셋 하나만을 갖고 킹코브라의 치료에 나섰다. 킹코브라를 마취시킬 방법이 없었으므로 마드리드양은 조수인 가르토의 도움만으로 수술을 감행하기로 했다.

치료는 간단했다. 가르토가 조용하게 킹코브라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그 목을 꽉 잡고 눌렀다. 그러자 마드리드양은 핀셋으로 킹코브라의 눈을 덮고 있는 비늘껍질을 벗겼다.

뱀은 1년에 한 번 탈피를 하는 동물이었으며 그 킹코브라는 탈피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마드리드양은 아직도 탈피가 되지 않고있는 눈 꺼풀의 껍질을 핀셋으로 벗겨 주었을 뿐이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