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를 죽이지 않고 출산을 시키기 위해서는 이미 어머의 몸 밖으로 나와 있는 기린의 앞발을 모두 몸안으로 밀어 넣고 어미의 몸 안에 있는 새끼의 위치를 머리부터 나오도록 돌려 놓아야만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마드리드양은 누워서 신음하고 있는 어미 기린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왼손으로 그 목을 안고 오른손으로 대가리를 어루만져주면서 마치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다정하게 속삭였다.

"얼마나 아프겠니….

그러나 참아. 참고 힘을 내.나는 너의 친구야. 내가 너를 도와줄테니 힘을 내고 아기를 몸 밖으로 밀어내봐."

기린이 그런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으나 그 사람의 행동으로 다정한 사람의 마음은 알아들을 것 같았다.

몸 밖으로 나갔던 새끼의 다리가 도루 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마드리드양은 손으로 기린의 어미 배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 몸 안에 있는 새끼의 위치를 돌려 놓으려는 시술이었다.

몸안에 있는 새끼의 위치가 쉽게 돌려질 리가 없었으나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위치가 바꿔지고 있었다.

마드리드양은 끈질기게 그 시술을 계속했으나 서너 시간이 지났을 무렵 그 위치가 돌려졌다.

그 다음은 새끼가 머리부터 밖으로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나온다. 나온다. 머리가 나오고 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이 환성을 질렀다.

기린의 어미는 새끼의 머리가 몸 밖으로 나오자 출산을 촉진시키기 위해 네 다리로 일어났다. 그러자 기린의 새끼가 머리에서부터 미끄러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주르륵 미끄러져 2m 높이에 있는 질 문에서 모두 나왔다.

그러나 질 문에서 땅까지는 2m의 높이가 있었기 때문에 새끼는 떨썩 추락했다.

"아이그 이걸 어쩌나…."

마드리드양은 새끼가 그 충격으로 다치거나 죽지 않을까 염려를 했으나 괜찮았다. 새끼는 머리에서부터 떨어졌으나 이내 일어났다. 그 길고 가냘픈 네 다리로 부르르 떨면서 일어났는데 다치거나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엄마의 젖꼭지를 찾아 비틀비틀 걸어다녔다.

기적이었다. 자연은 야생동물의 새끼들을 태어날 때 포식동물의 습격을 받아 잡아먹지 않게 그렇게 튼튼하게 만들어 놓았다.

새끼는 엄마 젖을 빨고 나더니 힘을 내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 길고 가냘픈 다리들이 그렇게 튼튼하게 뛰기 시작했다. 신출내기 야생동물의사의 무대뽀 가락 치료는 이번에도 기적적으로 성공했다. 세계각국에서 모여든 100명 가까운 신문기자들도 환성을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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