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별 패인 요인] 국정농단 사태 정권교체 열망으로 이어져
이번 대선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아니라는 점에서 보수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적었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가의 기본이 흔들렸다는 점과, 이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탄핵됐다는 점 때문이다. 줄기차게 스스로는 이익을 취한게 없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항변에 신뢰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전국적으로 촛불정국을 만들었고 보수정당으로선 힘겨운 싸움이 예고됐었다. 지난해말부터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력 대선 주자 가운데 진보정당 후보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70%대에 육박했고, 보수정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촛불민심이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이어지면서 이미 판세는 기울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선거 막판 보수층의 결집이 이뤄지면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대세론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민의당 안 후보는 지난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직후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문 당선인의 지지율과 엇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근소하게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반문재인 성향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까지 세를 확장시키면서 대세론에 금이 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달라졌다. 기존 보수층의 이탈은 물론 일부 공약에 대한 역풍, 경쟁상대측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은 상승세를 멈췄다. 안 후보의 상승세가 꺾인 가장 큰 이유는 방송토론회에서 보인 이미지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 많다. 다소 경직된 표정과 상대방 후보의 지적이나 네거티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준비가 덜 된, 설익은 후보라는 점이 구전되기 시작한 것. 또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하고 각종 법안 통과 역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40석의 적은 의석으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부분도 안 후보의 패인으로 분석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방송토론회에서 다양한 정책 등을 가감 없이 밝히면서 유권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이를 통해 방송토론회를 가장 잘 이끈 후보로 선택 받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탈당과 창당을 거치면서 깨끗한 보수를 표방하며 완주했지만, 보수진영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점 등은 향후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상준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