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몰린 멧돼지들이 흥분하고 분격하고 있었다. 멧돼지들은 우윽 우윽 울부짖으면서 세 사람의 포수들이 목을 잡고 있는 아랫목을 돌파하여 산 중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랫목을 떠난 포수들과 몰이꾼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 난장의 판국에서 중복에서 목을 잡고 있는 두 사람의 포수도 당황했다.

돼지들이 그리로 가고 있으니 잡으라는 몰이꾼들의 고함소리에 그 포수들도 목을 떠나 멧돼지들을 잡으러 나갔다. 어린 소나무들과 무성한 잡풀들 사이에서 뛰어다니는 멧돼지들의 모습이 보였으나 어찌나 빠른지 총을 겨냥할 수가 없었다.

"뭐하고 있어. 총을 쏘지 않고…."

그래서 몰이꾼들이 포수들을 독촉하고 있었다.

그것도 멧돼지 사냥에서는 몰이꾼들이 하면 안되는 짓이었다. 멧돼지 사냥에도 질서가 있는 법이며 포수의 지시를 받고 행동해야 할 몰이꾼이 도리어 포수의 발포를 독촉하면 안된다.

그런 독촉을 받은 포수들이 당황하여 발포했다. 두 명의 포수들이 소나무를 사이로 뛰어다니는 멧돼지를 보고 총을 연사했다.

그런 연사에 멧돼지가 맞을 리가 없었다. 멧돼지들은 총탄을 맞지 않고 그대로 총을 쏘는 포수들에게 돌진했다. 세 마리의 멧돼지들 중에서 한 마리가 총탄에 맞아 뒹굴었으나 이내 일어났다. 어깨에 총탄을 맞은 것 같았으며 치명상이 아니었다.

멧돼지들이 중복에서 목을 잡고 있던 포수들에게 돌진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던 몰이꾼들이 또 고함을 질렀다.

"돼지들이 그리로 가고 있으니 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시오. 위험합니다. 빨리 올라가라니까."

포수들이 얼른 나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때 위쪽 산정에서 목을 잡고 있던 늙은 포수가 내려오면서 고함을 질렀다. 백발의 노인이라 거동이 제대로 되지 않은 그는 멧돼지를 보고 겁을 먹고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포수들을 질타했다.

멧돼지들은 포수들이 올라가 있는 소나무 앞까지 가서 날뛰고 있었다. 소나무에 부딪치는 놈도 있었다. 그래도 그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포수는 총을 쏘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이가 없는 광경이었다.

늙은 포수가 그런 멧돼지에게 발포했다. 그러나 총탄은 모두 빗나갔고 멧돼지들은 더욱 사납게 날뛰고 있었다.

그건 사람들이 멧돼지들을 사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멧돼지들이 사람을 사냥하고 있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위험했다.

거기다가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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