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들도 역시 핏줄이 당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멧돼지 새끼들을 사육하여 큰 돈을 벌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꿈은 하루 밤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자기들의 씨가 섞여 있는 튀기들을 데리고 간 경북 대구 주변에 서식하는 멧돼지들의 수가 그후 급격하게 불어났다. 그래서 대구 일대에 사는 멧돼지 고기 애호가들이 대규모의 멧돼지 사냥을 시도했다. 열 서너 명이나 되는 그들은 여섯 명의 지방포수와 열 명쯤 되는 몰이꾼들을 모아 대규모의 멧돼지 사냥을 시작했다.

그들은 어느 산기슭에 있는 농가에 모여 포수들이 멧돼지를 잡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멧돼지의 선지피를 마시려는 노약자들도 있었다. 멧돼지의 피는 강장제로 알려지고 있었으며 한방상들은 그걸 곰 쓸개의 대용으로 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 기다리고 있던 노약자들은 포수들이 멧돼지를 잡은 그곳으로 달려가 피를 마시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때 그곳에 출동한 포수들 여섯 명 중에는 사냥을 지휘할 노련한 포수가 없었다. 멧돼지 고기와 피를 마시기로 한 사람들은 당초에 청도 출신의 이장춘 포수에게 그 일을 맡기기로 했으나 포수들과 몰이꾼들이 출동한 당일에 이 포수가 급한 일로 경성으로 올라가 오지 못했다.

그래서 멧돼지 사냥을 다음날로 연기하기로 했는데 출발 시간에 모여 든 지방 포수들과 몰이꾼들은 이 포수가 없어도 자기들끼리 사냥을 할 수 있다면서 사냥을 감행했다.

하긴 그렇게 많은 포수들과 몰이꾼들이 출동했으니 멧돼지 사냥을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사냥이 시작되었다. 산에 멧돼지들이 나타났다. 그 전날부터 몰이꾼들이 주변산을 돌아다니면서 그 산쪽으로 몰았던 멧돼지들이었다.

멧돼지들은 모두 열 마리쯤 되었다. 수컷 세 마리가 모여 있는 무리들과 새끼 서너 마리를 데리고 있는 암컷 두 마리 그리고 단독으로 돌아다니는 수컷 한 마리였다.

포수들도 나눠져 목을 잡았다. 맨 아래쪽에는 젊은 포수 세 사람이 목을 잡고 있었고 맨 위쪽에는 늙은 지방포수 한 사람이 목을 잡았고 중간쯤에 아마추어 포수 두 사람이 진을 치고 있었다.

충분한 인원이었으며 완벽한 배치였다.

"간다. 멧돼지가 거기로 간다."

몰이꾼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수컷 세 마리가 아랫목에 나타났다.

아랫목을 잡고 있는 포수들에게는 그놈들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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