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곰들이 물러서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는 수컷이 등을 돌리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토마스 교수는 우선 위기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개들은 그것으로 싸움을 끝내지 않았다. 많은 개들이 동족을 도우려고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개들은 그때 쯤에는 어지간히 지쳐있는 흰곰들에게 몸으로 부딪쳤으나 흰곰들은 그들을 붙잡지못했다. 중과부적이었다.

개들의 응원부대들이 계속 들어오자 싸움의 양상이 달라졌다. 흰곰의 공격을 막겠다는 싸움을 흰곰을 잡겠다는 싸움으로 변했다.

이제 여유가 생긴 토마스 교수가 다시 총을 발사했고 비틀거리던 수컷이 대가리에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치명상 이었다.

수컷이 쓰러져 일어나지못하자 암컷은 그래도 내버려두고 새끼를 데리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승기를 잡은 개들은 흰곰이 도망 가도록 놓아주지 않았다. 개들은 흰곰이 도망갈 앞길을 막는 한편 뒷다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건 무모한 짓이었으며 그 개는 되돌아선 암컷의 앞발치기에 걸려 멀리 날아갔다. 3m나 공중으로 날아간 개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었으나 이내 일어났다. 그 개는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물러나지 않았다.

난전이 벌어졌다. 흰곰은 개들의 집중공격을 받으면서 얼음이 얼지 않고 있는 바다로 도망가려고 했다. 겁 모르고 함부로 덤벼들고 있는 적들에게 물려 분노의 고함을 지르면서 필사적으로 도망가려고 했으나 개들은 거기서 마지막 마무리를 했다. 대여섯마리가 한꺼번에 덤벼들어 곰에게 반격의 틈을 주지않았다. 흰곰이 붉게 피에 물들여 비틀거렸다. 개들도 또한 두 마리쯤이 피를 흘리고 있었으나 그들의 합창이 곡을 바꿨다. 투쟁가에서 승리의 노래로 바꿔졌다.

싸움이 끝났을 때 멀리 바다에 나갔던 에스키모 사냥꾼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크게 놀라고 있었다. 보트를 타고 바다표범 사냥을 했던 그들은 겨우 두 마리를 잡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데리고 온 썰매개들은 그동안 흰곰사냥을 하여 세 마리의 흰곰을 모두 잡았다. 개들은 세 마리가 부상을 입었으나 목숨에는 관계가 없었다.

개들이 세 마리의 흰곰을 잡은 것은 큰 성과였다. 흰곰 한 마리 값은 바다표범 다섯 마리 값이 되었다. 그 두껍고 아름다운 껍질은 큰 돈이 되었다. 그래서 에스키모들이 기쁨의 환성을 질렀고 썰매개들과 에스키모들의 합창이 빙원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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