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③ 대전시 직접 개발 왜 못하나

도시공원으로 조성된 오월드.
도시공원으로 조성된 오월드.
공원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공재다. 당연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부지 지정 후 수십년째 공원으로 개발하지 않다가 결국 일몰제를 이유로 완전히 손을 떼 버렸다. 공을 넘겨 받은 대전시 역시 난감해 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자니 우후죽순 난개발이 걱정되고 직접 나서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민간에 공공재를 맡겨야 하는 모순이 생겨난 배경을 살펴본다.

△문제는 돈… 월평공원 부지매입비만 수천억원

도시공원및녹지등에관한법률은 국가도시공원의 설치·관리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할 수 있다는 `국가도시공원의 지정·예산지원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해 개정된 같은법 시행령에 따라 사실상 정부 지원은 원천봉쇄됐다. 시행령은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300만㎡ 도시공원 중 전체 부지 매입을 완료했거나 지자체가 부담하는 매입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열악한 지자체 재정을 감안하면 공원 조성과 관련해 국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대전지역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대상은 현재 21곳이다. 결정면적은 1388만6041㎡에 이르고 공시지가만도 3193억원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사유지 비율이 80% 이상으로 공원으로 조성하려면 토지를 보상 매입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토지 보상을 하게 되면 지목에 따라 공시지가의 2-10배의 보상비가 들어간다. 미집행 도시공원 전체 사유지를 실보상가로 사들이려면 약 2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한해 예산 규모가 4조원대인 대전시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더욱이 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 부문은 3조1638억원 정도고 이중 지방세수입만 따져보면 1조2723억원에 불과하다.

대전시가 도시공원 모두를 책임지려면 천문학적인 지방채를 발행해야만 한다. 후손들에게 공원을 물려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빚더미까지 함께 물려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전 도시공원 조성,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3052억원

시는 헌재 판결에 따라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가 도입되면서 국가에 사업비 지원을 요구하고 국가공원 지정을 건의하는 등 공원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시는 국가에 토지비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해왔지만 받을 수 있는 건 공사비의 50% 정도다. 총 사업비에서 토지보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인 점을 감안하면 국비 지원은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가공원 지정은 토지매입비와 관리조직 신설 부담이 커 사실상 그림에 떡이다.

결국 부족한 예산을 쪼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원을 조성해 왔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한밭수목원, 오월드, 중촌공원 등 재정사업에 3052억원을 투입했다. 택지개발, 도시개발, 재개발 등 공원조성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연평균 약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쓰는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추가로 들어갈 미집행 실보상가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몰제 시한이 2020년 7월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보상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전문가들 "지자체 재정으론 공원 실효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을 일종의 `포이즌필`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복용하면 몸에 좋지 않지만 환자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쓰는 극약 처방을 말한다. 일몰제가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팔다리를 떼어 주더라도 몸통을 살리려는 `차악`이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대전시의 재정자립도는 45%로 41.3%를 기록한 광주시보다만 조금 나은 수준이다. 전체 특·광역시 평균 재정자립도 62.3%에 한참 못 미친다.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80.7%, 부산 47%, 대구 47.1%, 인천 60.7%, 울산 56.5%, 세종 44.1% 등이었다.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매년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4년 세입과목 개편 후 다소 반등하는 추세다. 대전시(본청)도 2014년 43.6%에서 2015년 43.4%, 2016년 45%로 개선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50%대를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지방채까지 발행하게 된다면 재정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미래의 공익을 위해 미래에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최정우 목원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열린 월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 시민대책 토론회에서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고려한다면 모든 공원, 도로, 녹지 등 공공시설로 예정된 토지를 포기해야 하고 이는 시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국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원이 도시계획시설로부터 실효되는 시나리오를 예측해 주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공공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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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으로 조성된 오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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