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학교 임태혁 학생

임태혁(왼쪽) 군과 이윤희 군이 미국 자전거 여행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임태혁 군 제공
임태혁(왼쪽) 군과 이윤희 군이 미국 자전거 여행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임태혁 군 제공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국내 참전용사의 뜻을 담아 자전거 하나로 미국 횡단을 떠나는 지역 대학생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목원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임태혁(27) 군. 임 군은 사실 스무 살이 다 되도록 자전거 타보지 못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활동적인 일을 해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군 전역 후 조금씩 인생에 변화가 왔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기로 마음 먹은 것다. 임 군은 무작정 자전거를 구입해 하루만에 국토종주에 나섰다. 그의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해방감과 자유를 느꼈고 모든 근심, 걱정은 사라졌다. 당시 육체적인 고통은 곧 인내심과 성취감, 환희로 가득찼고 이제 그의 인생에서 자전거 여행은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평소 역사와 정치·문화 등 인문학에 있어 관심이 많은 그에게 무엇보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조부 고(故) 임해동 옹의 기억은 가슴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조부는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서 이남으로 내려와 이북출신으로만 구성된 8240부대 일명 켈로부대에 소속돼 북한 내부에서 정보·첩보 수집, 적 후방 교란 등의 특수임무를 수행했다. 휴전 후 한국군에 편입됐지만 국군이 아닌 유엔군, 미군의 지휘로 움직인 부대로 취급받아 전쟁 중 세운 공로를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40여 년이 지난 1990년 후반에 조부가 소속된 부대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참전용사로 인정받게 됐다.

이러한 조부의 활약 때문에 임 군은 평소 국내외 참전용사들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함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미국 본토에서 참전용사들의 얼을 그릴 계획이다. 친구 이윤희(27) 군과 오는 25일 출국해 미국대륙 횡단을 하기로 결심한 것. 두 사람은 매우 험난한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조부의 뜻을 기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볼 수 있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무작정 길거리에 나가 시민들이 메시지를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을 돌며 모은 메시지는 500여 장. 임 군과 이 군은 그동안 아르바이트와 용돈을 아껴 800만 원가량을 모았다. 90일 간의 여비로는 매우 부족한 금액. 그들의 목표와 일정은 LA를 출발해 뉴욕까지 약 6000㎞의 거리를 자전거 하나로 횡단하는 것. 중간에 워싱턴DC 참전용사마을 AFRH(Armed Forces Retirement Home)에 들러 시민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임 군은 "우리나라 시민들의 메시지와 뜻을 제가 자전거 메신저가 돼 참전용사들께 직접 배달해 보답하면 어떨까 해 미국 횡단을 계획했다"며 "21세기, 모든 것이 빠르고 첨단인 시대에 자전거와 같이 두 다리의 힘으로 직접 메시지나 편지 등을 배달해준다는 건 정성이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꼭 성공해 참전용사들의 뜻을 기릴 것"이라며 "잘 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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