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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셰프가 말하는 문화·예술적 요리·음식 전하고파"

2017-02-13기사 편집 2017-02-13 16: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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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오디세이] 23 이종록 아르간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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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록 아르간코리아 대표는 만나자마자 대전일보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죄송하다. 감사 드린다"는 말이었다. 몇 해 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 고택 경매로'(2009년 3월 25일자 보도)라는 본보 단독기사를 읽었는 데 자신도 충무공의 후손이라는 설명이었다. 충남 천안이 고향인 이 대표는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한국관광공사 파리주재원을 거쳐 현재는 유럽의 최고급 미식재료를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국내 주요 호텔과 미슐랭 스타 셰프, 그리고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유명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그런 이 대표가 '감정의 법칙'(한길사 356쪽)을 번역했다. 프랑스 미슐랭 3스타 오너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의 요리 미학을 담고 있는 책이다. '먹방'과 '혼밥'의 열풍 속에 요리의 깊은 세계를 들여다보도록 하고 있다. 가니에르는 재료 하나하나를 음처럼 사용해서 곡을 완성하듯 맛을 창조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살짝 비켜서 봐야 잘 보이는 법인가. 그는 요리사를 꿈꾸는 충청의 젊은이들을 향해 '여행을 자주 하라'는 가니에르의 권유를 인용하면서 요리의 기술외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진정한 셰프가 되려면 배려와 사랑, 그리고 문화적 이해, 예술적 감각 같은 인문학적 소양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먼저 가니에르부터 소개해달라.

"따기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는 미슐랭 3스타를 2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 톱(TOP) 레스토랑 50개 순위에서 10위권 안에 머무는 세계 최고의 셰프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요리사 중 한 명으로 불린다."

-'감정의 법칙'은 제목도 그렇지만 다른 요리 관련 책과는 달라 보인다. 번역하게 된 계기라도 있나.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다. 어떠한 레시피도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요리와 서양 음식문화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분량이 많고, 무엇보다 메뉴의 설명부분은 상당히 난해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는데 (번역하겠다고) 한번 내뱉은 말이라 방법이 없었다. 몇 년간 굉장히 고생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업하는 사람에게 이치에 안 맞는 일이기도 했다. 하하."

-'감정의 법칙'의 의미는 정확히 뭔가?

"말 그대로 이성의 반대개념이다. 순간적이며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적이며 또 비논리적이다. 그의 요리는 이런 원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감정은 창작의 세계에서는 절대적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이나 눈에 덮인 파리의 고요한 새벽녘의 거리에서 느낀 감정 등등. 덧붙이면 직관도 가니에르 요리의 핵심 중 하나다."

-가니에르만의 요리의 미학으로 받아 들여지는데.

"요리가 물론 예술은 아니다. 다만,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에서조차 가장 예술적인 요리사로 불리는 게 사실이다. 그는 메뉴 제목으로 '대지의 향기', '풀베개' 같은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의 요리가 대지의 향기나 풀숲을 베개로 삼아 누웠을 때 느끼는 감정을 요리에 드러낸다는 의미다. 이런 속성들 때문에 미학적 요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번역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뒀나.

"메뉴에 나타난 수많은 재료 이름과 요리 관련 용어를 옮기기가 가장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재료들이 많고 또 국내에 등록된 표준명이 없어서 상당 부분은 셰프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영어명으로 번역했다. 다만, 요리의 방법에 관계된 용어는 가급적 프랑스어를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했고 뒷부분에 주를 달아 이해를 도왔다."

-한국관광공사 파리주재원으로 근무하다가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뭔가?

"사기업도 그렇지만 국영기업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시스템 속에서 직원들의 만족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내 경우는 열심히 일해도 항상 공허함을 느꼈다. 파리에서 근무할 때 창밖으로 에펠탑이 보였는데 그 때문인지 외부와의 갭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요리의 고급 미식 재료를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게 천직이 됐는 데.

"일반 식재료가 아니라 스페셜티 품목을 수입한다. 특별하다는 의미다. 이런 재료들은 전 셰계 미슐랭 3스타 셰프들이 즐겨 사용한다.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트러플(송로버섯)이나 캐비어, 최고 품질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식재료 등을 수입한다. 스페셜티는 식재료의 전통과 문화적인 측면과 관계가 있고 그만큼 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먼 나라 일 같다. 실제 가니에르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은 어떤 계층인가?

"프랑스인들에게도 그림의 떡일지 모른다. 보통의 프랑스인들이 프랑스의 세계적인 명품 옷을 즐겨 입지 않는 것처럼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즐겨 찾지는 않는다. 경제적인 측면이라기보다는 소비의 패턴의 문제다. 파리의 가니에르 점심메뉴의 경우 우리나라 뮤지컬이나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좋은 자리에서 보는 정도의 가격이다. 우리나라는 미식보다는 외모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더 큰 경향이 있고 또 음식문화가 일본이나 홍콩에 비해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미식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24개의 레스토랑이 미슐랭 스타를 획득하지 않았나.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다. 미슐랭 3 레스토랑에서 디너를 즐기는 계층은 물론 일반인들은 아니다. 대체로 특별한 계층이나 유명 인사, 아니면 미식가일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특별한 시간을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

-'먹방'이니 '혼밥'이니 온통 먹는 얘기다. 한국 요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경쟁력은 충분하다. 대신, 한식을 세계에 소개할 때 신상품을 광고하듯 하면 안 되고 우리 자신의 식문화 전통을 제대로 강조했으면 한다. 특히 급조된 한식 세계화의 단기적 전략은 안 된다. 세계무대로 나가는 게 중요하지만 최소한 국내 대도시나 관광지만큼은 외국인들이 어디를 가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식당 문화의 개선이 절실하다. 정직하고 안전하며 맛의 전통을 잘 살려야 한다. 나아가 먹거리를 넘어 한국의 식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든다면 모든 외국인이 즐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세계 시장에서 먹힐 수 있을 것 같은가?

"개인의 맛은 사실 주관적이다. 미슐랭 3스타 셰프가 만든 음식이라 해서 모두 좋아하는 건 아니다. 사실 가니에르도 고객의 취향에는 관심이 없다. 가니에르의 요리를 좋아하거나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만 찾아가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외국인을 사로잡을 만한 게 물론 있겠지만 그전에 우리 스스로 음식문화의 전통을 알고 그 원칙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 음식의 가치 평가는 맛이 전부는 아니다. 맛 외의 문화나 형식 역시 중요하다. 내 경험으로 볼 때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호텔이나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한식보다 길거리의 평범한 식당을 훨씬 좋아한다. 어떤 프랑스인은 젓갈을 무척 사랑했고, 또 어떤 호주인은 청양고추를 잘 먹었다."

-충청도 식재료나 음식 중에 세계로 진출할 만한 게 없을까?

"무궁무진하다. 서해안의 굴이나 꽃게 같은 수산물은 이미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서천 소곡주나 호박꿀단지, 겨울철의 청국장, 올갱이국밥 같은 음식도 떠오른다. 충청도 음식은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꾸밈이 없다. 양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담백하고 소박한 맛이 특징이다. 진정한 맛의 본질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요리사를 꿈꾸는 충청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을 보면 가니에르 셰프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여행을 자주 하라'고 권한다. 외국의 문화를 체험하다 보면 균형 있는 시각과 가치관, 그리고 보편성을 갖게 된다. 요리는 절대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배려와 사랑, 문화적 이해, 그리고 예술적 감각 같은 게 있어야 깊어진다. 남들의 경험을 쫓아가기보다는 자신의 계획과 신념을 믿으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가 너무 적지 않았던 게 사실 아닌가."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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