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는 역시 무관 출신이었기 때문에 무기를 만드는 솜씨나 그것으로 사냥을 하는 솜씨도 잡초마을 사냥꾼들보다 나았으며 그가 잡아오는 토끼나 꿩들은 자신의 밥상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의 밥상에도 올라올 수 있었다.

촌장이 그걸 보고 말했다.

"나리 나리는 우리 사냥꾼들을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잡초마을에는 열 서너 명쯤 되는 사냥꾼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잡을 수 있는 짐승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의 힘으로는 범이나 곰 늑대 등 맹수들은 아예 잡을 수가 없었고 그들이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은 고작 멧돼지와 사슴 노루뿐이었는데 그나마 멧돼지는 너무 사나워 잡기 위험했고 사슴이나 노루는 너무 빨라 잡기가 힘들었다.

김인태는 그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는 마을에 있는 대장간을 크게 개조하여 개조된 창날과 화살촉을 만들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또한 강력한 강궁도 만들도록 하여 그 활로 개조된 화살촉을 쏘도록 했다.

김인태는 개조된 활과 화살촉으로 직접 늑대를 사냥해 보였다.

마을 뒤의 바위산에 살고 있는 늑대들은 그동안 화살공격을 받지 않고 있었다. 약은 놈들이었기에 잡초마을 사냥꾼들이 쏘는 화살은 고작 30m밖에 날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그 이상으로 두고 있었다. 그러면 설사 사람들이 쏜 화살이 거기까지 날아오더라도 힘이 없기 때문에 쉽게 피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김인태가 쏜 활과 화살은 달랐다. 잡초마을 사냥꾼들이 쏘는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힘 없이 날아왔으나 김인태가 쏜 화살은 강하게 직선으로 날아와 늑대의 가슴팍에 꽂혔다. 치명상이었으며 그 늑대는 쓰러져 죽었다.

늑대뿐만이 아니었다. 개량된 창과 화살로는 멧돼지들과도 싸울 수 있었다. 그 일대에 사는 멧돼지들은 마을사람들의 식량이 될 사냥감이 아니라 마을을 괴롭히는 가해자들이었다.

멧돼지들은 마을사람들이 애써 가꾸어 놓은 옥수수나 감자밭을 망쳐 놓았다. 몇 마리가 대낮에도 밭에 들어와 밭들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밭을 지키고 있는 사냥꾼들까지 습격하여 중상을 입었고 작년에는 두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김인태는 직접 대여섯 명의 사냥꾼들을 지휘하여 멧돼지들과 싸웠다. 김인태는 직접 자기가 만든 활과 화살로 멧돼지들을 쏘았다. 그는 함경도의 군영에서는 잘 알려져있는 강궁(强弓)이었으며 20m의 거리를 두고 쏜 그의 화살은 멧돼지의 목덜미에 꽂혀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그 멧돼지는 비틀거리면서 도망갔으나 결국 추격하는 사냥꾼들의 창에 찔려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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