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쯤에는 다니엘 교수는 체중이 5㎏이나 빠져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폭풍과 폭우가 불어닥치자 그는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있었다. 어찌할 수 없었다. 그는 기둥에 자기 몸을 묶었다. 그렇게 해야만 뒹구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교수님 이젠 연구를 중단하시고 여기에서 내려야 되겠습니다. 지나가는 배가 있으면 그리로 타면 됩니.다"

선장이 권고했으나 교수는 거부했다. 끝까지 쓰킨보 선원들과 같이 있겠다는 말이었다.

폭풍과 폭우가 심해지자 선장과 감시대에 올라가 있는 선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그 선원은 위험하니까 내려오라는 선장의 명령을 거부했다.

"바카야로(바보같은 놈) 거기서 그렇게 있다가 바람에 날려갈 것인가. 빨리 내려오지 못해."

선장이 고함을 질렀으나 김시대 위의 선원도 고함을 질렀다.

"안돼. 여기서 가지키를 발견하기 전엔ㄴ 내려가지 못하겠어요."

"뭐라고 이 멍청이 같은 놈아. 네 놈이 거기서 죽으면 네 놈 마무라의 배 위에 다른 놈이 올라탈 것인데 그래도 좋으냐."

그 멍청이 같은 놈은 결국 선장이 직접 끌어내리려고 감시대에 올라오는 것을 보고서야 내려왔다.

다행히 폭풍과 폭우는 다음날 그쳤고 파도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그러자 감시대 위에서 목청이 터지라고 고함소리가 났다.

"온다. 온다. 와. 가지키가 온다. 메가지키다."

선원들의 찬성이 터져 나오고 기둥에 묶여 있는 다니엘 교수도 줄을 풀고 망원경을 들고 갑판으로 뛰어나갔다.

50m쯤 떨어진 곳에 가지키의 등지느러미가 보였다. 녀석은 전날의 폭우로 바다 밑바닥에 있던 가재미 등 고기들이 중층으로 떠올라오는 것을 잡아먹기 위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 앞을 막아서고 있는 쓰킨보선을 무시하고 돌진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가지키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다니엘 교수의 망원경에는 50m쯤 떨어진 곳에서 다른 등지느러미가 돌진해오고 있었고 그 놈과 30m쯤 떨어져 또 다른 지느러미가 돌진해오고 있었다.

놈들은 모두 같은 무리인 것 같았으나 서로 붙어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건 단독생활을 하는 가지키의 특징이었다. 무리들은 가까운 곳에 있었으나 결코 서로 어울려 행동하지 않았다. 죽어도 혼자서 행동하다가 죽겠다는 것이었다.

자, 이젠 가지키와의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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