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시 30분 대전 서구 한민시장. 평소라면 발디딜 틈 없이 손님들로 북적여야 하지만 시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사진=김달호 기자
23일 오후 1시 30분 대전 서구 한민시장. 평소라면 발디딜 틈 없이 손님들로 북적여야 하지만 시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사진=김달호 기자
"사과가 지난 추석보다 가격이 싼데도 안 팔려요. 국정농단이니 김영란이니 하는 통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곡소리 납니다."

대전의 낮 최고기온이 영하 1.4도를 기록한 23일 오후 1시 30분 대전 서구 한민시장. 과일을 판매하는 박모(58)씨에게 장사는 잘되냐고 묻자 기다렸던 듯이 대답했다. 박 씨의 가게에서는 사과 1상자(13입)가 3만 원으로 지난 추석 4만 원에 비해 무려 1만 원이나 내렸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다른 과일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는 추운 날씨가 야속하기만 하다. 박 씨는 "평소 같으면 시장통로가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해야 하는데도 한산하다. 과일선물에 대한 주문도 없다"며 "아직 설 연휴가 며칠 남았지만 이대로라면 이번 대목이라는 말은 옛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눈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 보였으나 상인들은 입을 모아 한산 한 편이라고 했다. 수산물가게를 운영하는 최모(53·여)씨는 "매년 설을 3-4일 앞두면 전통시장이 북적북적 했다. 평일도 그렇고 주말은 미어터질 정도인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없다"며 "동태포만 다른 때보다 더 나갈뿐 다른 생선은 평소와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의 도마큰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손님이 없지는 않았지만 왁자지껄하지도 않았다. 장을 보는 사람들의 손에 큰 장바구니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검은 비닐봉지 한 두개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모(46)씨는 "국내산 육우 값이 조금 오르면서 지갑이 시원하게 열리지 않고 있다"며 "과거엔 선물세트 문의도 많이 들어왔는데 저렴한 가격에 맞춰 상품을 내놔도 사람들이 드문드문 찾는다"고 말했다.

설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대목이지만 추위 때문인지,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때문인지 전통시장은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시민 김모(54·여)씨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보다 싼 편이라서 전통시장을 자주 찾는데 올해는 채소가격이 조금 오른 것 같다"며 "꼭 필요한 것 들만 사고 나머지 식사는 평소 집에서 먹는 수준으로 상을 차릴 것이다. 지난 추석보다 4-5만 원 정도 돈을 덜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교육중앙회 대전시지부가 최근 조사한 대전지역 4인 기준 올해 설 상차림 비용은 전통시장이 23만 8648원, 대형유통매장은 25만 9350원, 기업형슈퍼마켓(SSM)은 26만 6093원, 백화점은 35만 9579원으로 전통시장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달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