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러나 일행은 지쳐 있었다. 이틀 동안이나 어두운 정글을 돌아다닌 결과 모기에 물리고 삼림 거머리나 진드기에게 피를 빨려 높은 열을 내고 있었다.

사실 일행이 거기까지 온 것은 컨트리 형제 덕분이었다. 컨트리 형제는 정글에서 태어나 정글에서 자란 사냥꾼들이었다.

컨트리 형제는 무리를 하지 않고 천천히 밀림을 뚫고 들어갔다. 그들은 자주 모닥불을 피워 쉼터를 만들었다.

산불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모닥불을 활활 피워 불이 타고 난 자리에 천막과 모기장을 치고 모두 쉬도록 했다.

그리고 천막 앞뒤에도 모닥불을 피워 놓고 네 사람이 교대로 불침번을 서기도 했다. 다행히 그 모닥불을 뚫고 공격하는 맹수는 없었다. 코프레이도 불을 뚫고 들어오지는 못했다.

정글은 낮에는 50도나 되었으나 밤에는 5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일행은 천막 안에 마른풀들을 깔아 놓고 밤이 되면 그 안으로 기어들어가 심한 일교차를 극복하기로 했다.

아침이 되자 형제가 마른 풀 안에서 기어나온 이든 교수에게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교수님."

결코 안녕히 자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쉼터는 미리 불을 질러 전갈이나 지네 독거미 등 곤충들을 소탕해 놓았으므로 최악의 경우는 없었다.

마른 풀 속에서 기어나온 이든 교수 등은 천막 지붕에 밤이슬이 고여진 물을 한 잔씩 마시고 형제가 마련해 놓은 아침식사를 했다. 다갈색으로 구운 박쥐고기와 나무 위에서 수집된 새알 그리고 버섯과 딸기들이었다.

죽음의 나라로 알려진 그곳에도 그렇게 살 길은 있었다.

기운을 차린 일행은 그날 정오께 다시 코프레이의 발자국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코프레이는 이미 멀리 도망갔을 것이었으나 그래도 발자국을 남아 있었다.

코프레이는 역시 밀림을 뚫고 질주하고 있었다. 일행은 그날 오후 늦게 코프레이가 어린 영양의 것으로 보여지는 발자국을 추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초식동물인 그놈이 왜 또 다른 짐승을 추격하고 있을까.

어린 영양은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있었으나 회오리 같이 빠른 코프레이를 피할 수가 없었다. 그날 날이 어두워지고 있을 때 어린 영양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발로 짓밟히고 뿔에 목줄이 끊어져 있는 시체였다.

그 시체를 소상하게 조사하고 있던 이든 교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가 이상했다. 시체는 뜯어먹힌 자국은 없었으나 뿌려진 피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왜 뿌려진 피의 양이 적을까. 영양의 시체 앞에 코프레이의 발자국이 있었다. 코프레이는 앞다리로 영양의 몸을 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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