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병천면 오리사육농가 찾아가보니

지난 28일, 오후 6시.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한 오리농가에서 20년 째 오리를 키워 온 박모씨가 사육중인 오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지난 28일, 오후 6시.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한 오리농가에서 20년 째 오리를 키워 온 박모씨가 사육중인 오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운에 맡겨야죠. 어떡하겠습니까."

지난 28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한 오리농가. 1994년부터 20년을 넘게 이 곳에서 오리를 키워온 농장주 박모씨는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최근 잇따라 인근지역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지만 박씨의 농장만 아직 발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충북 음성과 진천, 세종, 아산 등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 되면서 충청권 일대에 AI악몽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어 박씨의 근심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특히 박씨의 농가는 지난 24일과 25일 연이어 AI가 발생해 1만6000여마리를 살처분 한 농가에서 불과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병천면의 초입길에 위치해 있어 불안감 또한 높은 상태이다. 인근 오리사육농가 2곳은 이미 출하를 한 뒤라 박씨의 농가만 오롯이 남았다.

박씨는 "현재 1만 1500여마리의 오리를 키우고 있는데 2주 뒤 출하를 앞두고 있다. 정상적으로 키워서 출하를 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AI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어 걱정이 크다"면서 "요새 방역당국이 인근에서 방역소독을 하고 있지만 이미 주위 농가 모두 AI에 감염돼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의 농가는 그 동안 AI청정지역이었다. 과거 AI에 감염된 어미오리에서 태어난 오리새끼들을 사육하던 중 역학조사에 의해 발병을 확인한 것 외에는 단 한번도 AI피해를 받은 적이 없었다. 주위의 농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인근 지역마저 연달아 AI가 발병하면서 박씨의 걱정은 배로 늘었다.

박씨는 "20여년전에는 오리 한마리당 비용이 1100원정도 들었는데 현재는 평균 800원 정도로 싸진데다 사육장 바닥에 깔아 놓을 왕겨 가격은 8배 이상 뛰었고 톱밥도 2배로 비싸졌다"면서 "오리사육에 들어갈 비용은 높아지고 정작 오리 값은 내려갔으니 사육자체가 점차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AI공포까지 겹쳐 심난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방역당국의 철저한 대처를 호소하고 있다. 매년 AI의 공포가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가금류 농가는 AI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지속돼 실제 안정적인 기간은 5개월에 불과하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게다가 올해는 폭염까지 들이닥쳐 주위 농가의 경우 여름과 겨울 내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 맘때 쯤이면 매년 AI발병 소식이 잇따르는데 방역당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이 아닌 보다 신속한 방역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천안지역은 가금류 단지가 있을 정도로 충청권 가금류를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지역경제에도 자칫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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