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한정식·일식 손님 뚝… 너도나도 몸 사려 일정 취소

`N분의 1 시대, 우려가 현실이 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 날인 28일, 대전·충청지역 곳곳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노출됐다.

행정기관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에 우왕좌왕하며 관련 부서에 문의 전화가 잇따랐고, 예전과 같은 식사 약속 및 간담회 등은 자취를 감췄다. 또 일부에서는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심정으로 잔뜩 몸을 움츠리는 모습도 감지됐다. 이 같은 양상은 포괄적 법 적용이라는 김영란법의 모호함으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이란 것이 공직사회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공직사회는 김영란법 시행 첫 날, 사안별 법 적용에 대한 설왕설래를 이어가며 관련 부서에 잇따라 문의하는 양상을 연출했다. 일례로 김영란법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전시청 감사관실은 이날 하루만 수십 통의 문의전화를 받아가며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과 모임을 하려는데 법에 저촉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비롯해 모임 및 식사, 경·조사를 둘러싼 적법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시한 각각의 사례를 찾아 해답을 제시하느라 일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낸 것.

대전시청의 한 공무원은 "솔직히 어떻게 해야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에서 식사 등 만남이 허용되는 정확한 범위를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상은 경찰공무원도 마찬가지였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경찰공무원들은 식사·부탁 등에 대해 혹시 모를 법 저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동료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허용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간부들은 이날은 물론 이후에도 타 조직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찬·만찬 일정을 모두 비워놓은 경찰 간부가 대부분이었고, 선약이 있다고 답한 이들도 대부분 오랜 친구와의 만남 등이 전부였다. 이는 간담회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뿐 아니라, 김영란법 시행 초기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부담스러운 자리를 가급적 피하려는 경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결과 경찰 간부들의 만찬 같은 큰 자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부분이 약속을 잡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만큼, 당분간은 몇몇 사람들과 가볍게 차를 마시는 이른바 `번개 티타임` 정도의 자리만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역 기업들도 공직자, 언론 등과의 직접접촉을 피한 채 김영란법과 관련한 추이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다만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홍보 활동은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영란법이 시행되자 일부 고급식당에는 `찬바람`이 부는 모습이 연출됐다. 한 식당 주인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가게가 내 재산의 전부인데 이러다 문을 닫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단골손님들도 시범 케이스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식사약속을 꺼려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성희제·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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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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