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수산업계 '직격탄'

8일 오전에 방문한 당진시 석문면의 당진 수산물유통센터. 콜레라 발병 불안감이 커지자 지역의 수산물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어 손님이 크게 줄었다.  최정 기자
8일 오전에 방문한 당진시 석문면의 당진 수산물유통센터. 콜레라 발병 불안감이 커지자 지역의 수산물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어 손님이 크게 줄었다. 최정 기자
"콜레라 공포가 확산되면서 회는 아예 팔리지 않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장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충남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성경희(54·여) 씨는 장사를 시작한 지 26년만에 이처럼 손님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8일 점심시간 때를 맞춰 찾은 장고항은 텅 비어 썰렁하기만 했다. 줄이어 있는 횟집들의 상당수는 문을 닫았고 식당 문을 연 곳도 한두 무리의 손님만 있거나 텅 빈 채 하염없이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지역의 횟집주인과 수산물 유통상인들은 손님이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진 것은 콜레라 공포가 충청권까지 번지면서 지역의 수산업계까지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특히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며 회를 찾는 손님이 늘 때이지만 오히려 소비가 급감하면서 지역 수산업계 종사자들의 마음이 타 들어가고 있다.

성씨는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더 힘들다고 했다. 성씨는 "지난 주 벌초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손님이 두 팀만 왔다"며 "아무리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도 손님들은 계속 불안해 한다. 불안감이 가셔야 다시 식당을 찾을 텐데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횟감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수산물 자체에 대한 기피와 관광객 감소도 걱정이라고 했다.

이영옥(53·여) 당진 수산물유통센터 상인회장은 "이대로라면 관광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회도 먹고 바다도 보려고 이 지역까지 찾아오는 건데, 회도 안 먹는데 여기까지 바다만 보러 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익혀 먹는 수산물에는 별로 영향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지금이 대하철인데 사람들이 새우만 먹는 게 아니다. 그 외에 다른 해산물도 같이 먹는 건데 요새는 수산물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로 대하도 예전만큼 팔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콜레라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일반 수산물 판매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전 수산물 유통의 중심지인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 역시 추석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손님들과 흥정을 하고 있어야 할 주인들은 대부분 자리에 앉아 있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북적거려야 할 통로는 생선을 돌보기 위해 이따금씩 움직이는 상인들만이 오갈 뿐이었다.

수산물 장사만 30년 간 해왔다는 시장 상인 A씨(71·여)는 대뜸 콜레라 이야기부터 꺼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도 방금 자다가 일어났다"며 "콜레라 때문에 손님이 없으니 그저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0년 간 이렇게 장사가 안 된 적이 있었나 싶은데, 지난해와 비교해도 매출이 절반은커녕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생선은 3일 지나면 팔지도 못하는데 손님들에게 상한 생선을 어떻게 팔겠나. 얼음값은 얼음값대로 들어가고 죽은 생선은 모두 버려야만 한다"고 토로했다. 박천호 오정동 수산시장 조합장은 "콜레라는 소라·조개 등의 패류를 파는 상점이나 횟집에 직격탄을 날렸다"며 "콜레라는 제대로 익혀먹는 등의 안전수칙만 지키면 감염 위험이 낮다. 소비자들이 무작정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호소했다. 최정·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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