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한우 등 5만원 이상 선물 매출 급감 직격탄 명절특수·분위기 실종·경제 위축 가중 우려 커져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선물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인해 지역특산품 판매 저조 등 예년과 다른 추석대목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란법이 이미 시행됐다고 잘못 알고 주문을 하지 않거나, 법 시행을 앞두고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5만 원 이상 상품 구매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대전 유성 배 농가 등에 따르면 대전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배의 주문량의 예전보다 줄어 울상이다. 현재까지 주문량과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20% 가량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인기 상품이었던 한 상자 7.5kg 보다는 5㎏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주문도 소포장 위주로 들어오고 있다.

사과 산지인 충남 예산에서도 5만 원이 넘는 최상품 사과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어드는 등 지역특산품 판매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경기부진과 겹치며 판매량이 줄어 지역농가들의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전 노은도매시장 내 대전중앙청과 A 조합장은 "확실한 것은 다소 가격이 높은 고가의 과일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기업들의 단체주문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을 하지 않았는 데도 과일가격을 재차 확인하거나 5만 원이하의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 김영란법이 이미 시행된 것 같은 분위기"라며 울상을 지었다.

김영란법은 올해 추석선물세트의 변화를 유도하며 업계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유통업체들 마다 5만 원 이하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른 한우, 굴비 등 대표 추석 선물제품보다 5만 원 이하의 과일, 건강식품 등 실속형 선물을 선택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과일과 와인 부분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10.1% 판매율이 증가했다. 건강식품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판매율이 오르면 실속형 선물을 고르는 수요자가 늘었다.

반면 한우와 굴비세트로 대변되는 정육과 수산 부분에서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8.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트는 올해 선물세트를 사전 예약 판매한 결과 매출이 지난해보다 5% 감소했다. 가격대별로 5만 원 미만 상품 매출은 3.3% 올랐지만 5만 원 이상 상품은 3.3% 줄었다.

추석대목을 이끌었던 지역 기업과 관공서 내에서는 김영란법과 관련한 다양한 설명회와 홍보교육이 진행되면서 아예 선물을 주거나 받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대전 모 중소기업 대표는 "예년 같았으면 이미 관련 관공서에 지역특산품을 보냈지만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서로 부담이 될 것 같아 자연스럽게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추석선물을 하지 않기로 한 지역 기업들도 예년보다 많아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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