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前 충남대 의대 명예교수, 내년 스와질랜드 의대 설립 목표

"40여년 전에 한 말을 이제서야 지키네요."

30여년간 대학에서 의료 인재를 양성해 온 교수가 정년 퇴임 후 아프리카에서 오래전에 꿈꿔왔던 봉사로 제2의 삶을 살기로 해 화제다.

김선영<사진> 충남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지난달 말 정년퇴임식을 가진 뒤 4일 오후 아프리카 스와질랜드(Swaziland) 스와코 의료센터로 떠났다. 편안한 삶을 뒤로하고 아프리카를 택한 이유는 의료봉사 활동과 수년째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의과대학 설립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다.

그가 척박한 땅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것은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교수는 "1970년대에 우리나라 신문에 우간다 이야기가 소개된 것을 보고 의사가 되면 우간다에서 의료봉사를 하겠다고 말을 한적이 있었다"며 "의사가 됐고, 1992년쯤 의료선교 교육훈련을 받는 중에 우간다에 들어가겠다는 간호사를 만나고 꿈을 구체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4년쯤 동료 교수, 제자들과 함께 섬지역 의료 봉사를 시작으로 남을 섬기는 방법을 몸으로 익힌 김 교수는 1999년 우간다 진료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아프리카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

김 교수는 "현지에 가보니 병원은 있는데, 의사가 없었다"며 "의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학교 설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쿠미대학교(Kumi University) 총장으로 취임하며 의과대학 설립을 진두지휘했지만 중앙정부에서 인가를 내주지 않는 바람에 1년간 공들인 노력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아픔은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2014년부터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스와질랜드에서 의과대학 설립과 의료봉사 활동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지난 2014년 말부터 국제의료협력단(외교부 소속 NGO)와 함께 의료기관인 `스와코 의료센터`를 개설해 전문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으며, 2017년 의과대학 설립을 목표로 스와질랜드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해 있는 스와질랜드는 인구 약 140만명 정도의 작은 나라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나라다. 특히, HIV(에이즈) 유병률 세계 1위, 임산부 사망률 및 영아 사망률도 매우 높은 반면, 자국 국적의 의사는 100명 내외로 의료인재 양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의대설립 1년에 25명 내외로 의사를 배출하면 몇 년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간다에서 이루지 못한 대학 설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원세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