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인력 수급 차질 지역 경기침체도 큰 원인

폭염으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10일 대전시 서구의 한 인력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빈운용 기자
폭염으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10일 대전시 서구의 한 인력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빈운용 기자
"날씨 탓인지 하루 출근하고 이틀은 안나와요. 인력수급에 차질이 생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10일 새벽 6시 대전시 중구 문화동에 위치한 인력사무소. 이 시간 일을 하러 나온 일용직 노동자들로 붐벼야 할 곳이지만 썰렁한 모습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을 할 곳도 그리 많은 편도 아니지만, 영상 35도에 달하는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역 건설현장 인력 수급에 차질을 주고 있다.

이날 역시 이른 시간임에도 후텁지근한 열기가 인력사무소 주변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 업체 이창섭 본부장은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노동자들이 하루 일하면 이틀가량 나오지 않는다"며 "매일 매일 현장의 오더를 받고 사람들을 모아 보지만 꾸준하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사무소에서 만난 인부 이모(53) 씨는 "날씨가 덥기 전에는 일할 곳이 없어 걱정이었다. 경기침체로 건설업계가 힘들어지면 나 같은 일용직 근로자들은 더 이상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경쟁자들이 많지 않아 날씨가 덥더라도 오히려 일하기 수월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잠시 뒤 이 씨를 포함해 일을 찾은 인부들이 차량에 나눠 타 공사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본부장은 "더운 날씨도 문제지만 건설 경기가 안 좋다는 게 더 문제"라면서 "지역에는 거의 일거리가 없다고 봐도 된다"고 했다.

잠시 얘기를 나누던 이 본부장에게 업체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출근을 하겠다던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력사무소가 이날 인력을 알선한 건수는 고작 26건이다. 평소 40-50건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 하루 일당 11만 원인 조공(허드렛일)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시간 서구의 한 인력사무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은 대전지역에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 평소 하루 평균 120-130명을 알선한다. 그러나 이날 고작 40여 명의 인력알선이 전부였다.

이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날씨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건설경기가 침체돼 있다는 데 있다"며 "언제쯤 경기가 나아질 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이들의 고충은 날씨가 아니었다. 이들의 바람은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살 현장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고용시장의 가장 밑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인 경제침체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이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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