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용담동복지協, 5억대 땅 희사 故 김금옥 여사 추모

28일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 복지협의회에서 협의회 관계자들이 전재산 마을에 기탁한 고 김금옥 여사의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 복지협의회에서 협의회 관계자들이 전재산 마을에 기탁한 고 김금옥 여사의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전 재산을 자신이 살던 마을에 쾌척한 할머니를 위해 주민들이 32년째 제사를 지내고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 김금옥 여사는 지난 1981년 추석을 앞둔 가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 주민 친목모임인 `가좌골 동계(洞契)`회원들을 찾았다.

김 여사는 어렵게 생활하는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말과 함께 평생 농사를 지으며 생활한 그의 전 재산인 2000㎡의 땅문서를 내놨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부탁했다. 자손이 없는 자신과 남편의 제사를 지내달라는 것이었다. 김 여사는 그로부터 3년 뒤인 1984년 세상을 떠났다.

동계 회원들은 가족이 없는 김 여사의 장례를 치르고 그를 청주 가덕 공원묘지에 모셨다. 주민들은 고인의 약속을 잊지 않고 이듬해부터 해마다 그의 기일인 음력 5월 24일이 되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마련해 제사를 지냈다. 32주기를 맞은 28일에도 주민들은 용담복지회관에서 제사를 올렸다.

주민 대표는 "김 여사의 이웃사랑을 이어 받아 더 훈훈한 동네를 만들어가자"는 추도사를 낭독하면서 전 재산을 희사한 김 여사의 뜻을 기렸다.

제사를 마친 뒤 주민들은 지역 노인 80여명을 초청해 삼계탕으로 점심을 대접했다. 주민들은 김 여사와 한 또다른 다른 약속도 지키고 있다.

동계 회원들은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기탁한 토지에서 농사를 지어 복지시설에 쌀을 전달해왔다.

김 여사가 사망한 지 10여년이 지난 1990년대 말 그가 맡긴 땅이 용암동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되면서 5억7000만원의 보상금이 나왔다. 동계는 체계적인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2004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고 `청주용담동 복지협의회`로 이름을 정했다.

용담동복지협의회는 김 여사 토지 보상금으로 건물을 신축하고 이곳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이웃돕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건물 옆에는 김 여사의 고마운 뜻을 기리는 공덕비도 세웠다.

협의회 신재우 대표이사는 "이웃돕기를 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은 고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김 여사의 뜻이 퍼져 정이 넘치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오상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상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