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순 여사 16년만에 국화주 무형문화재 지정 "1800년 발간 가문 조리서 '주식시의' 에 제조비법"

"대전의 전통주라는 긍지를 가지고, 맛있는 술을 만들겠습니다."

24일 오전 대전시로부터 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 9-나호 동춘당 가양주-국화주 보유자로 인정을 받은 김정순(81·사진)여사의 표정에 엹은 미소가 번졌다. 국화주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보유자로 인정받기까지 장장 16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김 보유자는 "지난 2000년에 국화주로 무형문화재 신청을 했는데, 같은 가문의 전통주인 송순주가 이미 문화재로 지정돼 보류됐었다"며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대전의 전통 민속주로서 손색없는 국화주를 이제라도 인정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춘당 국화주는 대전 회덕지역의 명문가인 은진 송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술이다. 일명 황화주라고 불리는 이 술은 가문의 인물이 나라에 공을 세워 임금으로부터 시호를 받을때 올려진 명주로 통한다. 현재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13세손 송춘기씨의 부인 김정순 보유자가 제조법을 계승해 오고 있다.

김 보유자는 "국화주 제조비법의 경우 1800년에 발간된 가문의 조리서인 `주식시의`에 기록돼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화주는 순수한 찹쌀 100%로 만든 곡주로, 국화가 들어가면서 국화의 향이 은은하게 배여 있어 뒷끝이 없고 감칠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명주답게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과정마다 섬세함과 세심함이 깃들여 있어야만 최고의 술이 만들어 진다는게 김 보유자의 설명이다.

김 보유자는 "국화주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누룩인데, 누룩은 기본적으로 삼복더위에 만들어야 한다"며 "가을에는 향 좋은 국화를 따야 하기 때문에 1년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최고의 명주를 만드는 과정 못지않게 체력적인 부담도 클 터. 현재 국화주를 만들 수 있는 보유자는 있지만, 시 지정 전수자는 아직 없는 상태다.

김 보유자는 "현재 아들과 며느리가 20여년 동안 국화주를 만드는 비법을 모두 알고 있으며, 전수를 해주고 있다"며 "송순주에 이어 국화주가 가문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가 된 만큼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고, 대전을 대표할 수 있는 명주로 만들어 보이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대전시는 이날 동춘당 가양주 국화주 외에 대전향제줄풍류보존회(이후영)` 등 2곳을 지난 12일자로 시 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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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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