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완치 판정 후 남은 인생 타인을 위한 삶 꿈꿔

홍순광(50)씨가 자신이 만든 작품을 만져 보고있다.  원세연 기자
홍순광(50)씨가 자신이 만든 작품을 만져 보고있다. 원세연 기자
"종이탑을 쌓을 때마다 생명줄이 연장됐으니, 남은 생은 남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5년전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대전 서구 유등천 태평교 다리 밑에서 종이 접기를 하던 한 평범한 시민이 방송 출연 후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평범한 다리 밑을 시민들이 즐겨찾는 갤러리로 탈바꿈시킨 홍순광(50)씨. 홍씨는 최근 `SBS 세상에 이런일이`에 사연이 소개된 이후, 시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속에 제 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홍씨의 사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 제대 후 유통업에 종사하던 그는 40대 중반 위암 말기판정을 받은 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유등천을 거닐다가 이곳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종이를 접게됐다.

홍씨는 "유등천을 찾는 어르신들로부터 종이접기를 배워 보신하는 마음으로 종이를 접기 시작했다"며 "1년동안 종이탑 1000개를 접고 나니까 마음도 편안해지고, 삶의 의욕도 생기길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종이접기를 하던 홍씨는 폐지를 주우면서 수집한 각종 공예품과 골동품 등을 유등천 태평교 다리 밑에 종이탑과 함께 전시를 하기 시작했다. 크기도, 종류도 천차만별인 각종 예술품들만 수십만점. 처음에는 자신을 위해 시작했지만, 갤러리로 변모하면서 이제는 종이접기를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대전서구의회로부터 전시물보관 유리관을 설치해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눈으로만 보는 갤러리가 아닌, 손으로 만지고, 마음에 들면 가져도 갈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만들고 싶단 생각에서다.

홍씨는 "처음부터 누가 시켜서 한 것도,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한게 아니다"며 "어렵게 만든 작품과 전시물들이 훼손되거나, 없어지면 서운하고 속도 상하지만, 이 공간을 통해 건강도 찾고, 다시 꿈을 꿀수 있게 됐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욕심을 비운 탓인지, 그는 최근 공중파 출연과 함께 위암 완치 판정을 받는 등 잇따라 들려오는 낭보에 삶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홍씨는 "덤으로 주어진 삶이 헛되지 않도록, 남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나설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종이로 접은 예술작품도 전시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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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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