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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당선작] 털장갑

2016-01-01기사 편집 2016-01-01 05: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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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어요.

깜깜하고 답답한 곳에서.



다른 친구들이 바깥 구경을 하고

이야기 한 보따리 안고 올 때면

슬펐어요.

날 잊은 게 아닌가 걱정도 했구요.



오늘 나를 찾아온 걸 보니

첫 눈이 왔군요.

손에 잡힐 만큼 펑펑.



손을 내밀어요.

따뜻하게 해 드릴게요.

마음껏 만져요.

너무 신나서 차갑지도 않아요.



눈싸움도 하고,

손도장도 찍고,

눈사람도 만들고,

내 이야기에 모두들 부러워 하겠죠?



하지만 내일 들려주어야 겠어요.

지금은 눈사람 아저씨 손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거든요.



◇당선자 윤형주씨

1972년 전북 남원 출생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전북지역 여성백일장 시 차상



◇당선소감 - "어린시절 순수함 담아 모두를 만져줬으면"

당선 소식에 너무 기뻐 목소리를 떨리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던 것 같습니다.

동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습니다. 40을 넘기고 세상의 온갖 때가 묻은 내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눈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아이들을 보라보았습니다. 세 딸의 뛰노는 모습, 말하는 모습, 까르르 웃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행복해 보이던지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절로 기억케 해 주었습니다.

잊고 있었지만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마음이 동시를 통해 나를 만지고, 우리를 만져줬으면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는 동시를 쓰도록 힘쓰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음에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대전일보에 감사드리며, 내 동시의 원천이 되어준 사랑하는 딸 수미, 승연, 지혜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남편 신영철씨께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 "진부함 이긴 독창적 문장·발상력 끌려"

아무리 문장이 좋고 발상이 참신한 시라 해도 독자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혼자만의 관념과 상상으로 이루어졌다면 실패작이다. 이번 당선작도 다소 관념적 판타지 요소가 담겨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그리 쉬울 것 같진 않다. 그럼에도 발상의 능력과 상투적이지 않은 문장이 심의자의 마음을 끌었다.

총 171명 676 편의 응모작 중에서 본심에 오른 서른한 명 모두 당선작으로도 무리 없을 만큼 좋은 시들을 담고 있어서 쉽게 선정할 수 없었다. 특히 마지막까지 남았던 이들의 작품은 어느 누구의 작품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도록 고른 수준이었다. 어쩌면 '털장갑'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조차 심의자의 주관일 뿐이라 여겨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러해서 빼내고 저러해서 제치다보니 마지막까지 고민으로 남은 작품이 이윤주씨의 '오래 매달리기' 신민교씨의 '그림자 마음' 윤형주씨의 '털장갑' 세 편이었다. 그 중 '오래 매달리기'는 전체적으로 발상이 기발하고 신선한 점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러나 딸린 작품들 중에 다소 강한 작위성이 좋은 발상의 맛을 약화시키는 점 때문에 끝까지 마음을 주지 못했다. '그림자 마음'은 시를 찾아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관심을 끌었다. 심리적 갈등을 자연스럽게 시문에 배어들게 표현한 문장력도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나머지 작품 중에서 말장난 같은 요소들이 재미보다 주제를 흐리고 있어서 점수를 잃게 되었다. '털장갑'은 진부한 소재이긴 하나 자연스럽고도 독창적인 문장으로 그 진부함을 이기고 있어서 그 점이 오히려 시인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했다. 특히 딸린 작품들도 모두 동시의 요소인 어린이 눈높이를 지니고 있어서 끝까지 마음이 끌렸다. 좋은 동시를 많이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밖에도 아쉽고 여운이 많은 작품들이 하미경씨의 '비밀' 김완수씨의 '등고선' 이우식 씨의 '뿔소똥구리 애벌레의 꿈'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눈에 든 작품 외의 딸린 작품이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선정된 '털장갑'의 윤형주씨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선정되지 못한 이들께 포기하지 말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능력을 지닌 분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안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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