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5종비행경기 입상 허환 중위

 지난달 개최된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공군 5종경기'에 출전한 허환(왼쪽) 중위는 첫 출전에 2위 입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사진은 부문 수상자들이 메달을 수여받은 모습. 사진=공군본부 제공
지난달 개최된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공군 5종경기'에 출전한 허환(왼쪽) 중위는 첫 출전에 2위 입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사진은 부문 수상자들이 메달을 수여받은 모습. 사진=공군본부 제공
"우리나라에서 열린 대회에서 입상하게 돼 큰 영광입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우수한 능력을 세계에 알리게 된 것 같아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지난달 11일 폐막된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의 공군 5종 비행경기에 출전한 허환 중위는 자신의 실력보다는 우리나라 공군의 우수한 비행 실력을 높이 치켜세우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공군은 이번 대회에 개최된 비행종목에 처음으로 출전했지만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공군은 지난해 `공군 5종 세계선수권대회` 비행경기에 출전해 5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허 중위가 획득한 메달은 사실상 국제대회 첫 메달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5종 경기는 특히 종목이 5개나 되는 만큼 비행뿐만 아니라 펜싱과 사격, 수영 등 다양한 체육 종목도 함께 실시된다. 조종사인 허 중위는 전투기 조종을 위해 대회에 참여하게 됐지만, 곧 다른 종목까지 관심을 갖게 되며 5종 경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는 "이번 체육대회 공군 5종 선수단의 주장이자 사관학교 선배인 김건우 대위가 추천해 지난 4월에 팀에 합류하게 됐다.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면서 비행경기도 나서야 했기 때문에 조종사인 내가 추천받게 된 것"이라며 "수영은 생도시절 배워서 수준급이라고 생각했지만, 사격과 펜싱은 팀에 합류한 후에야 처음 접했기에 걱정이 많았다. 때문에 훈련시간 외에 야간에 개인 연습을 따로 하면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조종이 아닌 다른 종목들을 걱정했지만, 비행은 전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조종사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종목이다. 코스와 점수 산정방식, 외부 요소 등을 감안할 경우 어려움이 배가 되기 때문에 난이도는 더욱 높아진다.

비행 대회는 공군 16전비를 출발해 경북 안동과 구미 상공에 정해진 2개의 목표지점을 통과한 뒤 주최 측에서 임의로 정한 결승선인 활주로 상공으로 다시 돌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점수 측정은 선수들이 비행 전 계획한 이륙-목표지점-결승선 도착 예상시간과 비행경로가 실제 비행 시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되는지를 따져 환산하는데, 출발선과 2개 목표지점, 결승선 등 총 4개 지점에서 각각 1000점 만점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점수 산정방식에 맞춰 정확한 조종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날씨야 말로 대회의 절대적인 변수다. 허 중위는 "비행종목은 기상상황이 큰 변수다. 100m 앞 거리가 정확히 보이면 컨디션이 좋은, 즉 운이 따르는 날"이라며 "시정 뿐만 아니라 바람, 구름 등도 당일 성적을 좌우하는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각 나라의 출전 선수는 개최국인 한국의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은 KT-1 항공기에 후방석 항법사로 탑승해 경기를 치뤘다. 허 중위는 대회에 출전한 9개 국가 중 노르웨이, 핀란드, 에콰도르, 스웨덴에 이어 5번째 선수로 비행기에 올라 35분 간 비행했다.

초반은 아주 좋은 기세를 이어갔다. 이륙 시간과 첫 번째 목표지점 통과 시간, 거리를 평가 기준에 정확하게 맞춰 만점인 1000점씩을 얻은 것이다. 순조롭게 이어지던 경기는 두 번째 목표지점에 접어들며 다소 주춤해졌다. 그는 목표지점과 264m의 거리오차를 내며 625점을 기록했다. 결승선에서는 시간 조절에 실패하며 476점을 얻어 총 3101점의 점수를 얻었다. 허 중위는 3380점을 얻은 체코의 파블리크 파벨 소령에 이어 2위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 중위는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 날씨가 좋아지기를 빌었다. 다행히 경기 당일 바람과 시정이 좋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라며 "자동차를 운전한다고 하더라도 목표지점에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항공기는 이보다 더 까다롭기 때문에 당연히 더욱 섬세해야만 한다. 전방석 조종사가 선배였는데 지시하는 대로 잘 따라주셨다. 호흡이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후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비행경기 중 하늘에서 각 지점을 정확하게 지났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내려와서 확인해보니 결과가 좋았다. 준비한대로 노력하면 입상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난 후 전 육군참모총장인 김상기 세계 군인체육대회 조직위원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허 중위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군사종목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메달을 땄다"며 "특히 공군 5종 비행경기는 전 세계에 손꼽히는 조종사들이 몰려든다. 비행시간 7000시간이 넘는 베테랑 선수들을 꺾고 은메달을 딴 것은 정말로 대단한 쾌거"라고 말했다.

곧 대위로 진급하는 허 중위의 다음 목표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군인의 본분에 충실하는 것이다. 부대에 전입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약 6개월간 선수로서 생활하며 `군인으로서의`역할을 완벽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허 중위는 "비행훈련을 하며 6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운동에만 전념했다. 때문에 비행단, 대대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라며 "앞으로 선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좋은 후배가 되겠다. 나아가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훌륭한 조종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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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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