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팩·기저귀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처리

19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병원가에 버려진 흰 봉투에는 수액 팩 등이 버려져 있다. 해당 지역에서 발견된 수액 팩에는 약 20%의 수액이 그대로 남아있다.  전희진 기자
19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병원가에 버려진 흰 봉투에는 수액 팩 등이 버려져 있다. 해당 지역에서 발견된 수액 팩에는 약 20%의 수액이 그대로 남아있다. 전희진 기자
지역내 병원 밀집가에 `일반 의료폐기물`로 분류될 수 있는 의료 용품들이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당 용품이 사용된 용도에 따라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1시에 찾은 대전 서구 둔산동. 대로변을 중심으로 병원들이 밀집한 이 지역은 병원과 인접 상가에서 나온 쓰레기 봉투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쓰레기가 밀집된 구역에는 일반 쓰레기봉투와 플라스틱 등의 재활용품이 한데 모여 있었다. 하지만 재활용품이 분류된 일부 흰 봉투에는 수액 팩 등이 함께 버려져 있었다. 수액 팩은 내용물을 모두 사용했을 경우 일반 폐기물로 분류가 가능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발견된 수액 팩에는 약 20%의 수액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수액은 일정 시한이 지나면 변질될 수 있고, 환자의 혈액이 팩으로 역류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근 병원가에는 일반 쓰레기봉투에 일회용 기저귀가 가득 담겨 있었다. 현행 법상 의료용으로 사용된 기저귀가 아닐 경우 폐기물로 그냥 버릴 수 있으나, 병원이 밀집한 지역에서 쓰레기가 발견됐기 때문인지 시민들은 우려를 표했다.

인근 주민 박모(35·여) 씨는 "일반 주택에서 버려졌다고 생각하기에는 봉투에 아주 많은 양의 기저귀가 담겨있다"며 "솔직히 다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감염이 아예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행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의료 폐기물은 감염병 관련 격리 환자들로부터 발생한 `격리의료 폐기물`, 오염됐거나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입힐 수 있는 `위해의료 폐기물`, 의료 과정에서 사용한 탈지면이나 붕대, 일회용 기저귀나 주사기와 같은 `일반의료 폐기물` 등으로 분류된다. 둔산동 일대에 버려진 폐 수액 팩이나 기저귀 등의 용품은 대부분 일반의료 폐기물로, 의료과정에서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일반 폐기물로 분류가 가능한 물품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같은 폐기물들이 규정을 조금씩 어기며 버려졌을 경우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은 쓰레기 수거 속도가 빠르고, 병원의 수가 매우 많은 만큼 수액이 남은 수액 팩이나 봉투 내부에 숨겨놓은 기저귀·탈지면 등의 일반의료 폐기물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대형 병원이 없는 만큼 의료폐기물이 버려질 가능성이 매우 낮고, 용품들을 버리는 방식도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크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의료 폐기물이 많이 생산되는 대형 병원과 거리가 있는 지역이기에 오염의 개연성이 매우 낮은 곳"이라며 "그러나 시민들의 불안감을 경감시키기 위해 각 병원에 해당 용품들을 의료폐기물에 준해서 처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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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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