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종합보급창 자동화 창고를 가다

군 보급지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육군 종합보급창은 전·평시에 가장 효율적인 관리 프로세스를 통해 보급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사진은 육군종합보급창 자동화 창고의 모습.  전희진 기자
군 보급지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육군 종합보급창은 전·평시에 가장 효율적인 관리 프로세스를 통해 보급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사진은 육군종합보급창 자동화 창고의 모습. 전희진 기자
16일 오전 11시 찾은 육군 종합보급창 자동화 창고. 창고 내부에는 전 군으로 보내야 할 물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거대한 물류 집하장을 방불케 했다. 간부들과 병사, 직원들은 창고 곳곳에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게차는 입고된 물품이 실린 팰릿을 컨베이어 벨트까지 옮겼다. 물건이 도착해 컨베이어벨트로 올라가면 분류 게이트를 통과하게 된다. 이렇게 들어간 물품은 자동으로 인식돼 자신의 위치를 찾아간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자동화 된 시스템이다.

군 보급지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육군 종합보급창은 전·평시에 가장 효율적인 관리 프로세스를 통해 보급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각종 군수품이 저장된 육군종합보급창은 자동화 창고 1동, 일반창고 70동, 특수창고 15동 등 총 86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창고의 저장능력은 12만 2756㎥에 달한다.

이들 중에서도 자동화 창고는 보급창 내에서도 `저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난 2000년 10월, 1년 7개월 여에 걸친 시공 끝에 완성된 자동화 창고는 2만 2747㎡ 에 달할 정도로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창고는 1m의 눈이 쌓이거나 35m/s의 바람이 불어와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다. 기존 보급단 체계는 수작업으로 물품을 분류하고 배송하며 속도와 정확성이 다소 떨어졌지만, 자동화 창고는 전산시스템을 이용한 덕분에 물품에 대한 효율적인 저장과 입·출고가 가능해졌다. 특히 정보처리의 전산화로 정확한 입출고 현황이 기록되며 보다 신속한 업무가 실현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거대한 저장고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자동화창고정보체계(warehouse management system, WMS)`를 위시한 각종 정보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각급 부대에서 기록하는 `장비정보체계`와 `국방물자정보체계`에 입력된 내용을 바탕으로 실시간 정보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고의 2층에 위치한 컨트롤 타워인 `CCR`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광경도 바로 이같은 정보 시스템이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각 군에서 입력된 내용이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체크됐다. 자동화 창고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족분을 자동 체크해 부족한 물품을 해당 부대로 출고한다.

물품이 저장된 창고 1층으로 들어서면 넓고도 웅장한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자동화 창고는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뉜다. 물품이 입고되는 구역, 입고된 물품이 저장됐다가 출고되는 `랙`이 모여 있는 구역, 또 하나는 물품 배송을 위해 대기하는 구역이다.

이중 렉이 모여있는 구역은 보급창의 자동화 기술이 집약된 곳이다. 입고된 물품은 크기와 종류에 따라 500㎏ 이하는 `팰릿`, 30㎏ 이하는 `버켓`, 5㎏ 이하는 `회전랙` 위에 분류된다. 이렇게 분류된 물품은 저장 공간인 렉으로 이동해 1개의 `셀`을 차지한다. 창고 내 랙은 총 7만 6000여 개의 셀이 완비돼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매우 크다. 규격화된 팰릿을 이용한 덕분에 종합보급창은 최근 한국파레트산업협회로부터 한국물류 대상을 받기도 했다.

최정열 육군 종합보급창 정훈과장은 "모든 물류를 규격화시켜 팰릿을 활용한 점, 물품 관리에 대해 통일성을 부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라며 "앞으로도 더욱 정확한 물품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랙에서 물품을 꺼낼 때는 기계가 위력을 발휘한다. 랙에 저장된 물품을 출고할 때는 기계가 컨베이어 벨트로 직접 나른다.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한 물품은 통신장비, 전자장비 등 종류별로 나뉘어 분류소에 도착하게 되고, 다시 각급 부대에 전달할 물품별로 분류된다. 부대별로 보낼 물품을 분류할 때는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보다 정확한 분류를 꾀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분류된 물품은 다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각 부대별 지정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후 물품 배송 전용 열차인 `화차`에 실려 각 부대로 배송된다. 최근에는 속도 향상을 위해 육로 이송의 비중도 크게 늘어난 편이다.

이처럼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물류 혁신을 이뤄냈지만, 종합보급창은 더욱 빠르고 정확한 물류 체계를 형성하기 위해 또 한 번의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경영 효율성을 확립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종합보급창은 최근 CJ 대한통운과 `민·군 공동물류 시스템` 계약을 체결했다. 군 물류 이송 체계의 속도를 향상하고 비용 절감의 효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다.

조병만 육군 종합보급창장은 "기존에는 업체-보급단-군지사-사단-연대 순으로 보급됐지만, 지난해 7월부터 보급단에서 사단으로 직송해 보급기간을 단축시키는 `물류체계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했다"며 "그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5일부터 기존 9개였던 시험부대를 26개 부대로 확대하는 `물류혁신 2단계`를 추진해 보급의 적시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급부대에서 요구하면 당일, 혹은 익일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향후 민간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물류 혁신을 완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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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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