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시즌 결산 - 中 계속된 '용병 잔혹사'… 올 시즌 성적표

한화 용병투수 로저스.  [연합뉴스]
한화 용병투수 로저스.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는 전력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특히 지난해부터 외국인 선수의 보유한도가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이후 `용병 농사`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다. 이때문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과 이력은 매년 화려해지고 있고, 각구단의 외국인선수 영입 업무 역시 정밀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몸값이 비싸고 경력이 화려한 선수라도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익숙하지 않는 한국 무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실패의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외국인 선수는 로또`라는 말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한화에서 활약한 외국인선수들의 성적은 어떨까.

사실 한화는 매년 `용병 잔혹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국인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특히 데이비스, 펠릭스 피에 등 준수한 성적을 남긴 타자들과 달리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번 시즌 역시 전반기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화는 미치 탈보트와 쉐인 유먼, 나이저 모건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탈보트를 제외한 2명의 외국인 선수가 시즌 중 교체됐고, 후반기인 8월에야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하지만 후반기 완성된 용병 3인방의 활약은 막판까지 한화가 `5강 싸움`을 벌이는 원동력이 됐다.

가장 인상적인 성적을 남긴 선수는 가장 늦게 합류한 `특급 용병` 에스밀 로저스다. 지난 8월 1일 한화에 합류한 로저스는 올 시즌 10경기에 출전해 6승2패 평균자책점 2.97를 기록하며 호투했다. 특히 한국 무대 데뷔전이었던 LG전 완봉승 이후 3번의 완투와 3번의 완봉을 기록하며 지친 불펜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지금까지 한화에서 본 적 없는 확실한 `외국인 에이스`의 모습이다. 당연히 한화로서는 다음 시즌에도 함께하고 싶은 카드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몸값과 본인의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사가 관건이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10승11패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한 탈보트는 마운드 위에서 감정 조절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차곡차곡 승수를 쌓았다. 그 결과 한화의 외국인 투수로서는 두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문제는 등판 간격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성적. 5일 휴식 이후 등판시 안정된 피칭을 보였지만 휴식일이 짧을 경우 기복을 보였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에서 이미 3시즌을 소화했고, 후반기 인상적인 피칭을 보였다는 점에서 재계약 가능성도 있지만 선발 마운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한화로서는 다음시즌 새 외국인 투수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의 외국인 타자 폭스는 후반기 7홈런을 몰아치며 한화 타선을 이끌었지만 수비에서의 활약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5월 말 모건을 대신해 한화에 합류한 폭스는 4경기만에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긴 공백기를 가졌다. 물론 9월 이후 맹타를 휘두르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수비에서는 여전히 의문부호를 남기며 주 포지션인 외야수 대신 주로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타 팀의 경우 외국인 타자들이 타선에서의 활약은 물론 팀의 약한 수비 포지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시즌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활약한 기간이 짧았다는 점 역시 좋은 점수를 받기에는 어려운 이유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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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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