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체 소방시설 설치 정부 지원 못받아 자금난에 환자 서비스 질적 하락 초래 우려

급속한 노령인구의 증가로 노인 요양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요양병원 설치 관련 규정이 과도한 규제위주로 되어 있어 요양서비스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요양병원 설치규정이 오히려 요양서비스의 질적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일 지역 요양병원들에 따르면 향후 신축 요양병원들은 스프링클러와 층별 대피공간, 직통계단 2개소 이상을 설치해야 하며 비상시 환자들의 대피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규모에 관계 없이 가스 제거를 위한 배연설비 등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현재 운영중인 요양병원 역시 2018년 6월 30일까지 해당 시설들을 완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기준의 소방·대피시설 설치 조항들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대부분의 민간 요양병원은 사회복지시설인 요양원과 달리 소방시설 설치에 따른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병원 스스로 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시설, 직통계단 등의 안전 시설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예컨대 600㎡ 이하의 소규모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비용만 1억원에 달한다. 비상계단 등의 대피 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경우 수억원 대의 예산이 소요돼 사실상 정상적인 요양병원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기존 시설에 소방·대피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경우 공사기간 동안 환자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 요양병원들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매달 최저 100만원에서 최고 180만원을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환자로부터 70만원의 입원료를 받고 있다. 따라서 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병원의 경우 매달 1700만-2500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요양병원의 이중부담은 고스란히 요양 서비스의 질적인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요양병원 업계의 중론이다. 비상·대피시설 설치 부담이 크다 보면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등을 축소 운영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업무과중으로 이어져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지역 요양병원 관계자는 "중증 환자나 치매환자를 돌보는 간병사를 구하는 것은 이미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면서 "소방·대피시설에 대한 투자비용이 커질수록 병원운영을 위해서는 간병사등 인력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그럴 경우 그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박정문 대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안전문제와 요양 서비스의 질은 모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복지 현장의 상황을 고려한 보다 세부적인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 분야는 법에 일괄적으로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있다"면서 "상황에 따른 예외 조항과 조례를 마련한다면 현장 문제가 어느 정도 절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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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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