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29연대 2교육대 마지막 훈련 행군 동행취재

 행군을 마친 훈련병들이 목적지인 연병장에 들어선 후 육군훈련소의 구호인 '일전불사 수사불패'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 전희진 기자
행군을 마친 훈련병들이 목적지인 연병장에 들어선 후 육군훈련소의 구호인 '일전불사 수사불패'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 전희진 기자
11일 오전 11시에 찾은 논산 육군훈련소는 훈련의 열기로 뜨거웠다. 육군훈련소 29연대 2교육대 훈련병 848명은 이날 마지막 훈련이자 `훈련소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완전군장 행군을 실시하고 있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행군은 오후 1시까지 훈련소 주변과 야외 훈련장 등 20㎞의 코스를 천천히 돌게 된다.

훈련소 뒷편 충성훈련장에 들어서자 끝없이 이어진 훈련병들의 행렬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뭇 비장한 표정이다.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천천히 걸어가던 이들은 앞 전우의 발걸음을 바라보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10㎏이 넘는 군장과 소총을 들었지만 무거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4주간 받아 온 기초 훈련을 통해 체력과 정신력이 눈에 띄게 강해졌기 때문이다. 한 훈련병은 힘들어하는 앞 전우의 군장을 손으로 밑에서 살짝 들어주기도 하는 등 뜨거운 전우애를 보여주기도 했다.

2교육대 훈련병들은 지난달 북한의 도발이 일어났을 당시 입대한 지 1주차 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 훈련병이었기 때문에 새삼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기도 했다. 이번 훈련에 함께한 167명의 카투사 훈련병들도 일반 훈련병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자신들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켰다.

카투사로 선발된 전재진 훈련병은 입대 전보다 더욱 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훈련이 힘들기는 했지만 입대 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며 "아마도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단계적으로 우리를 키워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 도발 당시 외부 소식을 접할 기회가 없어 자세한 사항은 잘 몰랐는데, 조교들이 상시 단독군장을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보며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 또래의 군인이 심하게 다쳤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 성실한 군인이 돼서 나라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교들은 훈련병들을 동요시켜서는 안되기에 더욱 강인해져야만 했다. 8중대 3소대 1분대장인 정준민 병장은 "북 도발 당시 당직근무를 섰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소식을 접했다. 사실 긴장도 많이 했고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혼란스러워하면 훈련병들이 동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평소처럼 `자리를 지키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임무를 다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처럼 강인한 군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올해부터 도입된 `훈련병 중심의 참여형 교육` 덕분이다. 기존에 실시하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훈련병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훈련 내용을 습득할 수 있는 것. 15-18명으로 구성된 각 분대는 2개 팀으로 각각 나뉘고, 훈련 전날 동영상 등으로 사전 교육을 받은 후 각 팀별 토론을 통해 훈련을 준비하게 된다. 활발한 토론 과정에서 훈련에 대한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쏟아진다는 것이 훈련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훈련병들을 통솔하는 분대장들은 분대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고 훈련병들 스스로 훈련을 준비할 수 있게끔 `방치`해 둔다. 잘못된 것은 그때 그때 바로잡아 주지만 큰 틀에서는 결국 훈련병들이 모든 훈련을 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훈련을 훌륭하게 수행한다면 전화를 하는 등의 확실한 포상을, 불량하다면 합당한 벌칙을 내린다. 인센티브가 확실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경계, 개인화기, 각개전투 등 모든 훈련에 해당된다.

육군훈련소 김지열 대위는 "훈련병들은 자신의 의지로 토의를 하고 훈련을 익힌다. 스스로 익히게 되니 더욱 잘 기억하게 되고 학습효과가 높다"며 "최근에는 한 교육대원 전원이 개인화기 교육에서 20발 중 12발 이상을 맞춰 100%의 합격률을 보이기도 했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높은 교육효과 덕분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훈련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훈련병들의 얼굴이 점점 밝아졌다.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이윽고 훈련병들이 영내에 들어섰고, 이들을 이끌던 간부와 조교들의 목소리에도 더욱 힘이 들어갔다. 목적지인 연병장에 들어서자 웃음짓는 훈련병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자리에 정렬한 이들은 육군훈련소의 구호인 `일전불사 수사불패(一戰不辭 雖死不敗, 한번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음)`를 목놓아 외쳤다.

훈련을 무사히 마친 김지훈 훈련병은 "1주차 때는 훈련을 빨리 끝내고 자대에 배치받았으면 했는데, 지금은 힘들 때마다 물을 나눠준 전우들과 헤어질 생각에 다소 아쉽다"라며 "우리가 훈련받은 대로만 한다면 북 도발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모님을 비롯한 사회에 있는 분들께서는 걱정말고 사회에서 역할을 다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9연대 2교육대장인 고동일 소령은 "우리 육군훈련소의 목표는 `올바른 인성을 갖춘 강한 용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간부와 조교 등 모든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훈련병들도 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점점 군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비록 5주는 짧은 기간이지만 이들을 좋은 군인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1일 육군훈련소 29연대 2교육대 훈련병들이 완전군장 행군을 실시하는 모습. 오전 8시부터 시작된 행군은 오후 1시까지 훈련소 주변과 야외 훈련장 등 20㎞의 코스를 천천히 도는 것으로 진행됐다. 전희진 기자
지난 11일 육군훈련소 29연대 2교육대 훈련병들이 완전군장 행군을 실시하는 모습. 오전 8시부터 시작된 행군은 오후 1시까지 훈련소 주변과 야외 훈련장 등 20㎞의 코스를 천천히 도는 것으로 진행됐다. 전희진 기자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