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시행 11년 현주소 中 사라지지 않은 유혹의 불빛

성매매 특별법 제정 이후 잠시 사라졌던 지역내 유명 성매매 집결지들이 속속 되살아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오후 11시 쯤 찾은 대전 중구 유천동의 한 거리. 과거 성매매업소 밀집 지역이었던 이곳은 오전 12시에 가까워지자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특별법 제정 이후 대부분의 성매매 업소가 사라졌지만 이곳엔 아직도 8-10여 곳의 업소가 조용히 성업중이다. 전날 문을 열었다가 다음날 닫기도 하는 등 영업 시간은 유동적이었다. 각 업소들은 명목상으로 `가요주점`, `노래주점`이라는 이름을 달고있지만 지금도 버젓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호객행위 역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 업소 앞에는 30-5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남성이 지나가면 조용히 다가가 뭔가를 넌지시 물어봤다. 대기 시간이 길어 다리가 아픈지 아예 의자를 갖다 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도 있었다.

기자가 업소들이 즐비한 골목에 들어서자 멀리서 서성대던 한 여성이 천천히 다가왔다. 40대로 보이는 이 여성은 낮은 목소리로 `술마시러 왔어요?`라고 물었다. 술을 마시러 왔다고 답한 후 성매매를 뜻하는 `2차`에 대해 되묻자 "이 지역은 대부분 업소 여성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논다. 당연히 2차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화대는 20만원이었다.

이어서 찾은 대전 중구 선화동의 모텔촌은 심야시간이 가까워 졌음에도 밝은 네온사인 때문에 초저녁을 방불케 했다. 오전 1시가 가까워지며 맞이한 모텔들의 `대목`에 인근 다방들도 함께 바빠졌다. 이곳에서 성업 중인 다방은 2곳. 이들은 외부에 풍선형 광고물인 에어라이트를 세워두거나 간판에 커다랗게 전화번호를 써놓고 가게를 홍보하고 있었다. 에어라이트와 간판에는 `24시간 영업`, `아가씨 항시 대기` 등의 낯뜨거운 문구가 쓰여 있어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열린 문 틈 사이로 보이는 다방 내부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나 의자 등의 집기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같은 형태의 다방은 성매매 알선을 통해 수입을 벌어들이는 `티켓다방`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성매매 특별법 제정 후 모텔촌에서 영업을 하던 티켓다방들은 하나 둘씩 자취를 감췄지만, 이들은 지금까지도 일반적인 다방의 형태를 하고 모텔촌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은 성매매업소 때문에 주민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인근 주민 김형래(31) 씨는 "성매매 특별법을 제정한 지가 10여 년이 훌쩍 넘었는데 업소들이 아직도 남아서 당당하게 영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단속을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오히려 단속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묻고싶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매매 집결지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법이 기초가 된 민·관 합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정아 여성인권티움 느티나무 소장은 "성매매 근절은 단순히 성매매 방지법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 주민 스스로 건강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