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 수산 - 꽃게탕

정말 배가 고팠다. 아니 허기졌다는 말이 맞다. 산에서 내려온 뒤 떠오른 생각은 오직 밥이었다. 그런데 어찌하랴. 충남 홍성은 전혀 연고가 없는 곳이었다. 맛집을 찾아 우아하게 밥을 먹으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일단 산을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광천읍내에 도착해 식당을 `스캔` 했다. 뭐가 맛있을까. 사람이 많은 곳에 맛집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홍성 광천 젓갈시장. 보통의 시장처럼 식당이 많으리라 생각했지만 어김없이 빗나갔다. 결국 주차장 인근에 있는 현해탄 수산을 택했다.

식사 때가 훌쩍 지나선지 식당은 한산했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선택했다. 뭔가 얼큰·따뜻한 것이 먹고 싶어 꽃게탕을 주문했다. 궁여지책으로 식당을 찾은 만큼 음식맛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맛에 대한 기대를 버림이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줬다. 메인 메뉴인 꽃게탕이 나오기 전 상위를 장식한 밑반찬이 참 맛났던 것. 뭔가 어머니 손 맛 같은 것이 느껴졌다. 특히 박하지로 만든 간장 게장은 수차례 `리필`을 부탁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메인 메뉴인 꽃게탕 역시 만족할 수준이었다. 게장이 너무 맛나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려웠지만 중상급은 됐다. 꽃게를 꺼내 빨아 먹고, 펄펄 끓는 탕국을 수저로 뜨니 산행의 고됨이 씻어지는 느낌이었다.

맛의 비결이 궁금해, 주인인 김경숙씨에게 물었다. 김씨에게 돌아온 대답은 제철, 그것도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만을 고집한다는 것. 내용을 듣고 보니 이 집에서 나오는 음식은 모두 서해안이 선물해 준 것이었다. 고추 가루, 쌀 등 기본 식재료는 직접 농사 짓는 것을 사용한다. 또 해산물은 인근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것만 가져다 쓴다.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팔겠다는 주인의 의지가 느껴졌다.

김씨는 "홍성으로 시집와 여기서 식당을 시작한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며 "내가 만족하고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만 팔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일해왔다"고 밝혔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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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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