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와 나무의 결을 살린 외관속의 전시관 내부는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한다
콘크리트와 나무의 결을 살린 외관속의 전시관 내부는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한다
고암 이응노 화백이 어린시절 그림의 꿈을 품었던 생가가 지난 2011년 11월 8일 홍성군 홍북면 중계리에 복원됐다. 고암은 시대적인 배경으로 개인적인 아픔을 겪었던 인물이다. 6·25전쟁 때 월북 한 아들 관계로 베를린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난 것이 반공법에 위배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그는 또 1977년 프랑스 파리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영화배우 윤정희 부부의 북한 납치 미수사건의 배후로 몰려 곤욕을 치렀다. 이후 고암은 한국과의 관계를 끊고 프랑스에 귀화했다.

굴곡 많은 인생을 산 만큼 생가기념관 설계자는 `근현대사의 질곡 위에 난 길이자 그 속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굴절된 삶을 살았던 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을 건축물의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생가기념관은 생가와 전시동, 부속동, 연지공원, 야외전시장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생가는 고암이 그린 고향집 그림을 바탕으로 초가집 두 채를 복원한 만큼 의미가 깊다.

생가는 안채와 아랫채로 나뉘어 있는데 안채에는 두 칸의 방과 작은 대청마루가 있고 아랫채는 헛간이 들어서 있다. 초가 주변으로는 대나무 밭이 둘러싸고 있어 바람이 불면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뒷뜰에는 정갈하게 놓인 장독대들이 나란히 서 있다.

눈을 돌려 연지공원으로 돌리면 그윽한 연향(蓮香)이 풍겨온다. 연지공원은 오래된 지도에 나온 듯한 구불구불한 길을 되돌려 놓은 길을 따라 연밭과 밭두렁을 거닐 수도 있게 만들었다. 매년 여름이면 연꽃이 만개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각종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연못은 고암이 자라며 봤던 하늘과 용봉산의 산세도 그대로 품어 안는다. 설계자는 무논에 물을 채워 연밭을 조성해 가능하다고 한다.

전시동은 콘크리트와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외관으로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전달한다. 4개의 전시관은 서로 이어져 있고 다소 긴장감이 흐르는 건물내부에서 회색빛 콘크리트에 드리운 햇빛을 보고 있으면 명암의 대비돼 독특한 분위기가 감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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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지만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룬 이응노기념관
화려하지 않지만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룬 이응노기념관
이응노기념관은 생가와 전시동, 부속동, 연지공원, 야외전시장으로 꾸며졌다
이응노기념관은 생가와 전시동, 부속동, 연지공원, 야외전시장으로 꾸며졌다

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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