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과태료 100만원 이하 그쳐 법개정 절실

부상당한 반려견을 산 채로 쓰레기 봉투에 버리는 등 동물학대·유기 수법이 날로 잔인해지고 있다.

대전동부경찰서는 머리를 다친 반려견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A씨(39)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가족이 키우던 생후 5개월 된 몰티즈 수컷이 머리에 부상을 입자 쓰레기봉투에 담아 대전 동구 인동의 한 골목가에 버린 혐의다. 같은 날 오후 4시 40분 쯤 발견된 몰티즈는 당시 머리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지만, 인근을 지나던 행인에게 발견돼 무사히 구조됐다. 몰티즈는 현재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사건 당일 베란다를 청소하던 도중 선반에 놓아둔 화분이 몰티즈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개가 죽을 것 같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몰티즈가 학대로 인해 머리를 부상당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다. 이처럼 동물학대와 유기 방식 등이 날로 잔혹해지는 이유는 반려 동물을 `화풀이 도구`라고 인식해 지속적으로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분출하기 때문이다. 학대가 만성화될수록 보다 가학적으로 변모하고, 이는 결국 동물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과거 동물 학대자의 연령이 노년층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이 취업난과 직장 등에서 받는 과도한 불안감·스트레스를 더욱 잔혹한 방법으로 푸는 경향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동물학대와 유기 수법이 날로 잔혹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동물 보호 제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게 문제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 46조와 47조에 따르면 동물학대를 저지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는 반면 동물을 유기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치고 있다. 학대를 하게 될 경우 처벌이 두려운 나머지 동물을 몰래 죽인 후 버리고, 동물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라면 학대한 후 그대로 유기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동물 보호 관련 처벌 수위를 조절하고 동물 등록을 보다 활성화하는 등 관계법령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증거 위주로 수사되던 동물학대 사건을 정황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학대 신고 접수 후 현장에 가도 증거가 불충분하면 가해자가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아무도 모르게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경우가 정말 큰 문제"라며 "관계 법령을 보완해 동물학대와 관련된 수사에 더욱 유연성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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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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