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 나서기 전 골프장비의 선택만큼 볼의 선택 역시 중요하다. 골프볼은 드라이버의 경우 백스핀을 적게 하고 볼 반발계수와 관성모멘트를 크게 해 볼이 똑바로 멀리 날아가도록 해야 한다.

반면에 아이언은 볼 백스핀 값을 증가시켜 거리보다는 지면에 떨어진 후 적게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볼을 타격할 때 타격감 역시 놓치지 않아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를 요구한다.

골프볼 업체들은 이러한 요구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골프 볼을 2겹에서 5겹 이상까지 만드는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구조건에 충족하는 볼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드라이버의 비거리를 증가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볼과 드라이버 헤드의 반발계수다. 필자와 동료는 시중에 판매되는 유명 회사 5곳의 제품 각각 3종류(2, 3, 4겹), 총 15개의 볼을 대상으로 반발계수에 따른 비거리를 대전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와 한국스포츠 개발원의 협조를 받아 수십 차례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때 평균을 내보면 헤드속도가 100마일 일 때 동일 조건에서 최대 248야드- 최소 242야드로 공의 종류에 따라 약 6야드의 비거리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밝혀 냈다.

구조에 따라 관성모멘트가 큰 골프볼 역시 실전에서 유리하다. 관성모멘트가 큰 골프볼은 초기 스핀 값이 적기 때문에 볼이 날아갈 때 스핀의 감소율도 낮으며, 지면에 떨어진 후에도 백스핀이 적기 때문에 굴러가는 거리가 증가하게 된다.

볼의 관성모멘트가 크면 볼의 편심이 적다는 뜻이기 때문에 똑바로 날아가고 똑바로 굴러간다. 특히, 골프볼의 관성모멘트는 퍼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볼을 여러 겹으로 만들다 보면 편심이 매우 심한 볼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그린에서 이런 볼을 타격하면 처음에는 똑바로 굴러가다가 홀을 살짝 빗겨가기도 한다.

다른 조건이 모두 완벽한 상황에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볼을 타격한 초기에는 볼에 가해준 직선 방향의 힘 때문에 볼은 목표선 방향으로 굴러가지만, 가는 도중에 직선 방향의 힘이 점차 소멸하면 다른 힘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린에서는 그린의 상태도 볼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그것 역시 완벽하다면 골프볼의 편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즉 무게중심(重心)이 중심(中心)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골프볼의 구조역학은 매우 난해한 것으로 많은 과학자의 숙제이기도 하다.

골프볼의 또 다른 난제인 표면 딤플(dimple) 문제는 다음 칼럼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한남대 골프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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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공을 절단한 면의 편심.
골프공을 절단한 면의 편심.

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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