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25 대전 원동 코끼리 만두-야끼만두

오랜만에 대전중앙시장을 찾았다.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사는 냄새가 좋다. 좌판에 깔려있는 생선, 싱싱한 각종 채소 등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 새 배가 출출했다. "맛집이 어디에 숨어 있나"하면서 시장 안을 훑던 중 내 레이더에 한 가게가 포착됐다. 40년 전통의 손맛'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코끼리만두(대표 김말순)는 맛집의 기운이 솔솔 풍겼다. 하지만 벽에 붙여진 메뉴판의 가격표를 보는 순간 놀라움과 함께 실망감이 앞섰다. 야끼만두가 5개(1인분)에 2000원이라니. 아무리 전통시장이라고 해도 가격이 너무 저렴했다. 요즘 만두가격이 1인분에 4000-5000원 정도 하는데 절반 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 갑자기 형편없는 재료에 맛도 별로인 그야말로 '가격만 싼 만두'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맛은 확인해야 하는 법. 고기야끼만두 1인분을 주문하자 주인장은 곧바로 뜨겁게 달궈진 커다란 철판에 콩기름을 살짝 두른 뒤 찐만두 5개를 올려놓았다. 만두의 크기는 중국집에서 먹는 군만두 정도. 주인장이 연신 뒤집어 가면서 만두피가 갈색빛이 돌 때까지 만두를 구워냈다.

접시에 나온 야끼만두의 모습은 경상도에서 유명한 납작만두를 닮아 있었다. 양념간장을 살짝 뿌린 뒤 한 입 베어 무니 내가 기대했던 이상의 맛이었다. 가격만 싼 만두가 아니었다. 만두소가 꽉 찼다. 얼핏보면 당면만 가득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씹으면 여러가지 재료가 내는 맛이 조화롭다. 당면의 담백함, 돼지고기의 고소함, 무말랭이의 깔끔함, 후추와 생강 등의 향신료 맛이 다 입안에 골고루 전해진다. 어느 정도 두께감이 있는 만두피는 콩기름이 만두소까지 스며드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 느끼하지 않다. 1인분 양도 넉넉한 편이어서 성인 1명이 배를 채우기에도 충분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재료도 대충 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만두소에 들어가는 재료만 돼지고기 뒷다리살, 당면, 양배추, 대파, 부추, 양파, 무말랭이 등 열 가지 가까이 된다. 만두피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중력분과 강력분을 섞어서 쓰기 때문이란다. 야끼만두용 피는 소금과 물로만 반죽을 해서 숙성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용한다. 그래야만 기름에 구웠을 때 만두소가 터지지 않는단다.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김치야끼만두를 추천한다. 만두소 색깔이 빨개서 김장김치를 넣나 싶었는데 배추를 갈아서 일반 고춧가루와 청양 고춧가루를 섞어 만두소와 버무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지 김치의 신맛이 없는 대신 깔끔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중앙시장에 갈 일이 있으면 이 집에 꼭 한 번 들러서 야끼만두를 맛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주소:대전시 동구 원동 55-1(중앙시장 신한은행 옆골목) △전화번호:042(222)3877 △메뉴:고기·야채야끼만두 2000원(5개), 야채고기왕만두 2000원(3개) △영업시간:오전9시부터 오후8시까지(연중무휴) △주차장:인근에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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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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