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고 윤민경양 LPGA US오픈 출전 "예의·배려 잘 지키는 선수 되고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많이 배우고 오겠습니다."

오는 9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이 개막한다.

국내 팬들에게는 1998년 박세리의 맨발 투혼으로 잘 알려진 이 대회에는 올해도 박인비, 최나연, 유소연, 지은희, 김효주 등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강자들이 출전해 우승컵을 노린다.

그리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상대로 거침 없이 도전장을 내민 당돌한 10대 골퍼 역시 눈에 띈다. 바로 평균 34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대전 여자골프의 `기대주` 윤민경(대전체고 1년·사진)이다. 대전일보는 지난 3일 대전 유성CC에서 윤민경 선수를 직접 만나 대회를 앞둔 소감과 각오를 들어봤다.

골프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큰 무대를 앞두고 있지만 들뜬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녀에게는 출전권을 따낸 예선전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전 소감을 묻자 윤민경은 "얼떨결에 연장에서 이기고 출전권을 따낸 것 같아요. 결과는 좋지만 그 과정에서 제 플레이가 깔끔하지 않았다는 점이 계속 아쉽죠"라는 예상치 못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그녀의 골프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윤민경은 "이번 US여자오픈 출전이 국내 대회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라며 "특정한 어떤 선수가 아니라 폭 넓게 보고 배우고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윤민경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골프채를 잡았고, 뜻 밖의 재능을 발견했다. 그냥 공을 맞추는 것이 좋아 휘두르기 시작했을 뿐인데 잘한다는 칭찬이 쏟아졌고, 그렇게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정식 레슨이라고는 3개월 동안 골프스윙을 배운 것이 고작이었지만 나가는 대회마다 입상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5학년 때 한연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제대로 된 골프를 배우면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초등학교 6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됐지만 골프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더 커지기만 했다.

"중학교 입학을 전후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부상도 있었고, 슬럼프는 아니지만 경기내용에도 만족 못했어요."

원인은 공격적인 플레이 성향으로 인한 실수 때문이었다. 경기 중 실수를 되새기며 전체적인 플레이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많았다.

이런 약점을 고치자 전반적인 분위기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매년 20개 이상의 대회에 참가하는 빡빡한 일정과 매일 반복되는 훈련, 성적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골프에 더 매진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저를 도와주신 분들, 특히 뒤에서 저를 받쳐주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힘들다고 나태해질 수 없다"며 "특히 힘들지만 제 꿈을 위해 항상 저를 뒷바라지해주시는 엄마, 아빠. 그리고 항상 도와주시는 작은 아버지들을 생각하면 이건 힘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플레이는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플레이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예의와 배려 같은 기본을 잘 지키는 좋은 선수가 먼저 되고 싶다. 그래야 골프를 정말 즐기고 오래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답했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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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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