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사이언스페스티벌만 방문객 등 조사 전문 조직·적자 운영 대형시설 활용해야

한 해에만 100여 건에 달하는 충청권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축제별 자생력이 부족하고 경제유발 효과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지역축제가 지자체 예산 상황이나 단체장 성향에 따라 쉽게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것을 방지해 지역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하려면 축제 전문 조직과 축제 전용 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15년 시·도별 지역축제 개최 현황에 따르면 충청권에서 3일 이상 지역주민이나 지역단체, 지자체 등이 개최하며 불특정다수가 참여하는 문화관광예술축제는 대전 9개, 세종 2개, 충남 56개, 충북 38개 등 총 105개에 달한다.

대전의 경우 2013년부터 매년 15개 이상의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축제 방문객 수, 지역경제 유발효과 등이 제대로 조사·집계되는 것은 대전시가 직접 주최하는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과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등 2개 뿐이다.

지역축제 대부분이 광역지자체나 기초자치단체의 주도로 열리는 탓에 자치단체별 예산상황이나 단체장 의사에 따라 축제가 겪는 부침도 적지 않다.

2013년 대전 은행동 목척교와 스카이로드에서 5일간 열렸던 `제1회 대전오색빛축제`는 이듬해인 2014년 예산 미확보로 취소됐고 같은 해 중구도 예산사정으로 2회 째 개최될 예정이던 `칼국수문화축제`를 취소했다. 서구의 `프리페스티벌`은 지난 해 3회가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단체장 변경으로 축제가 축소·변경됐으며 올해는 이마저 폐지되고 `힐링아트페스티벌`이라는 새 축제를 만들었다.

시 관계자는 "지역축제의 상당수가 관 주도로 운영되고 관람객도 축제를 무료로 즐기는 데 익숙해져 있어 지역축제 운영에 필요한 자본의 독립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현재 `문화예술후원활성화에 관한 법률`상에는 후원 대상인 문화예술공연 등에 축제 행사가 포함되지 않아 기업의 후원을 받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축제 전문가들은 일관성 있게 축제를 기획·운영할 축제 전문 조직을 구성하고 박람회·전시·공연 등이 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는 전용 축제장이 마련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의 소도시 야키마는 `스테이트페어파크`라는 전문 조직이 다목적시설인 `선돔(Sundome)`을 통해 수십 년간 농업박람회와 각종 행사를 총괄하면서 지역경제 유발 효과만 연간 540여 억원에 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데오축제인 캐나다 캘거리 스템피드 축제는 축제 전문 조직 인력만 300명에 육박한다.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IFEA KOREA) 회장과 국제농업박람회협회(IAFE) 한국담당 이사 등을 맡고 있는 정강환 배재대 관광이벤트호텔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수십 년간 지역 축제를 진행했는데도 이렇다 할 매뉴얼이 없는 것은 대부분 관 주도로 이뤄지고 공무원인 담당자가 2-3년 마다 교체돼 이벤트 회사에 축제를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축제를 통해 도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려면 축제 전문 조직을 만들고 적자로 운영되는 용도별 대형시설을 이벤트 경영에 적극 활용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