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 버섯탕

나는 어릴 적 버섯을 싫어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싫어했기 때문이다. 먹어보지도 않고 막연히 싫어했기 때문인지 버섯의 참맛을 발견한 것이 언제였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어머니가 끓인 된장국에 버섯이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먹게 됐을 거다.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가 됐다.

충북에서 `밥맛 좋은 집`으로 꼽힌 `송원`은 버섯요리 집이다. 버섯 전문점이지만 밥맛이 좋은 이유는 유난히 잘 지은 밥 덕분이다. 이렇게 윤기가 흐르는 밥은 버섯 반찬이 제격이다. 쌀의 구수함과 버섯의 독특한 향이 어울려 입 안에서 춤을 추기 때문이다.

송원의 주력 메뉴는 버섯 전골이다. 8종류의 버섯이 들어가는 전골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하지만 혼자 간다면 버섯탕과 버섯 육개장도 좋은 선택이다. 전골과 비견될 정도로 시원한 국물이 속을 달래준다.

흰 국물의 버섯탕은 일반 해장국과는 다른 맛이 난다. 헛개나무를 베이스로 하는 육수는 10가지의 약재가 들어가 시원하고 맑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국물 맛은 깔끔하다. 모든 맛은 양파와 매실청 등으로 낸다. 기본적으로 나오는 열무와 깍두기 등의 반찬도 매실청과 양파 간 것을 사용해 간을 맞춘다.

이날 주문한 버섯탕에는 느타리, 표고 등 5-6가지의 버섯이 들어간다. 국물은 소고기와 당면이 들어있어 진한 맛을 북돋아 준다. 소고기는 한우다. 수입육에 비해 맛이 더욱 진하다. 국물은 맑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들깨가 들어갔기 때문일 게다. 버섯은 인근 주민들이 재배한 것을 사용해 신선하다. 말리지 않은 생 버섯이다. 쫄깃한 식감이 식욕을 자극한다.

국물을 한 숟갈 떠 입에 넣는다. 전날 먹은 소주가 쓱 내려가는 기분이다. 들깨 덕분인지 맑으면서도 고소하다. 국물만 주구장창 떠먹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당면에는 간이 잘 배있다. 소고기, 버섯과 함께 먹으니 잡채 부럽지 않다. 특히 버섯마다 식감이 달라 입이 즐겁다. 버섯이 뚝배기에 가득 들어있어 눈까지 든든한 느낌이다.

여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말면 훌륭한 국밥이 된다. 밥맛이 좋은 것은 쌀이 한 몫 한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찰진 밥은 그 모습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밥맛이 좋아 그냥 밥만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밥만 먹으면 또 서운하다. 입을 즐겁게 하는 반찬도 함께 곁들여야 비로소 제대로 된 맛이 난다. 맛깔스런 깍두기와 열무김치, 버섯탕만 있으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송원은 껍질을 미리 벗겨놓지 않은 쌀을 필요한 만큼만 정미한다. 사용할 만큼만 껍질을 벗겨 제때마다 밥을 짓는다. 껍질을 미리 벗겨놓으면 밥맛이 떨어지는 이유에서다. 밥이 시원한 버섯탕에 들어가니 한층 더 찰진 느낌이다. 뜨거운 밥을 호호 불며 먹으면 해장국으로 손색이 없다. 정신 없이 먹다 보면 한 그릇 비우는 것은 순식간이다.

송원의 서래호(55) 사장은 "지난 2013년 충북지역의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됐다.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며 "주력 메뉴는 버섯 전골이지만 다른 메뉴에도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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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충북지역 밥맛좋은 집에 선정된 송원의 대표 메뉴 버섯탕(위쪽)과 버섯전.
2013년 충북지역 밥맛좋은 집에 선정된 송원의 대표 메뉴 버섯탕(위쪽)과 버섯전.

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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