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다시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 - 下 노인 고독사

중구 유천동에서 혼자 사는 김모(74)씨는 한달에 노령연금 20만원, 경기도 파주에 사는 딸에게 15만원의 용돈을 받는다. 김 씨는 월세 20만원 짜리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득이 딱히 없는 그는 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며 돈을 아끼지만, 월세와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하기만 하다. 때문에 틈틈이 파지를 주우러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김 씨는 "파지를 주워봤자 한 달에 4만원 밖에 못벌지만 이마저도 나에게는 큰 돈"이라며 "딸도 매달 15만원씩 보내주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여 이렇게 살 필요가 있나 싶다. 가끔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노인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지원과 함께 노년층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확산된다면 노인자살 예방에 효과적일 거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10만명 당 주요사망원인별 사망률(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이와 함께 65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은 10만명 당 81.9명, 빈곤율은 48.5%로 집계돼 자살률과 빈곤율 모두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노년층의 자살은 경제적 어려움, 건강상의 문제와 고독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지만 대부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몸이 아프지만 치료할 돈이 없는 경우, 혼자서 가난하게 살지만 그 상황을 공감하거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위한 경제적·정서적 지원책은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에 따르면 한달에 최고 20만원까지 노령 연금이 지원되지만 신청한 사람에 한해서만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선정 기준이 까다롭고 금액이 적어 김 씨와 같은 많은 노인들이 파지를 줍기 위해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적 무력감을 느낀 노인들은 사회에서 고립과 우울감을 느끼게 되고, 우울감이 심화되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문에 노인들에게 직업의 기회와 함께 정서적인 안정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인을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중하며 일자리 등을 제공하고,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 자존감을 회복한다면 자살률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모금을 통해 노인들을 후원하는 `효문화 확산운동` 등도 실시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노인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노인들을 후원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노인에 대한 배려심이 확산될 수 있고, 모금을 통해 모인 금액으로 노인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복지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신숙 대전광역시노인종합복지관 상담실장은 "노인들이 자살을 결심하는 주된 동기는 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직업이 없다`는 점이다. 직업이 없으면 경제활동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고립됐다는 느낌도 받는다"며 "사회구성원들이 모금활동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 노인들에게 안정감과 생존감을 준다면 자살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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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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