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과잉행동장애)

올해 3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힘찬(가명)이는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업 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 하며 쉴새 없이 꼼지락거리고, 단체 활동을 할 때에도 딴청을 피우느라 선생님의 지시에 전혀 따르지 않는다. 주변 아이들과 함께 장난을 치다가도 유독 시끄럽게 놀거나 멈춰야 할 때를 몰라 결국 힘찬이만 혼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집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한 문제를 푸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가 엄마가 화가 나서 혼내면, 바로 몇 분만에 몇 문제를 뚝딱 해결해버리고는 어느새 또 딴짓을 한다. 유치원을 다닐 때도 힘찬이가 산만하고 다른 아이들과 부딪히는 일일 종종 있었지만, 힘찬이 엄마는 `크면 나아 지겠지`라고 생각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힘찬이의 증상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로 판명났다.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충동성으로 대표되는 3대 핵심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소아 정신질환의 하나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우영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ADHD의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또래에 비해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면 의심해야=ADHD 아동들은 유치원 때부터 또래 아이들에 비해 부산하고 통제가 어려우며 다른 아이보다 시끄럽게 놀거나, 놀이를 할 때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지 못해 무례하게 보이는 돌발적인 행동을 종종 한다. 대부분의 ADHD 아동들은 유치원에서도 종종 장난이 너무 심한 아이라는 평을 듣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후부터 시작된다. 45분간의 수업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며, 각종 받아쓰기와 읽기 등 인지 능력 중에서도 주의집중력을 요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데 ADHD를 가진 아이들은 많은 어려움을 보인다.

ADHD아동 중에는 3대 핵심 증상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이 모두 나타나는 혼합형이 많지만 때로는 조용하지만 주의력결핍이 나타나는 주의력결핍 우세형도 있다. 주의력 결핍을 보이는 아동은 흔히 부주의한 실수를 많이 하고 주의집중을 잘 하지 못하며 아는 문제도 실수로 인해 틀리는 횟수가 월등히 많다. 또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조직화 및 체계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과잉행동 및 충동성을 주로 보이는 아동의 경우, 안절부절 못하고 지나치게 움직이거나 말을 많이 하고 순서를 잘 지키지 못해 자기 통제력이 떨어지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한 반에 한 두 명이 발견될 정도로 흔한 ADHD는 3대 핵심 증상 이외에도 감정 조절을 잘 못하고 체계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저하돼 또래 관계에서 마찰이 빈번하다.

ADHD의 진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면담 및 행동 관찰, 설문지 검사, 전산화된 주의력 검사, 인지 평가 등을 통해 임상적으로 진단된다. 산만하다고 해서 꼭 ADHD가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수 적이다. 진료를 통해 산만함이 나타날 수 있는 신경학적 질환, 정서 불안으로 인한 문제 행동, 아동기 조증 등과 감별할 수 있다.

◇ADHD의 원인과 치료법은=ADHD에 대해 흔히 갖는 편견 중 하나가 ADHD가 잘못된 양육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면 ADHD는 잘못된 양육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뇌 기능의 생물학적인 차이에서 기인한다. 다만 ADHD 아동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일반 아동의 부모님에 비해 더욱 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비일관된 훈육이나 부모의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이 나타나 결국 이차적으로 가족 관계 혹은 부모 자녀 관계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ADHD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 치료를 통해 아동의 주의력 개선과 과잉행동 및 충동성 조절 면에서 70-80%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약물 치료 외의 비약물적 요법에는 행동치료, 사회성 기술 훈련, 부모 교육 등이 있다. 사회성 기술 훈련은 평소에 눈치가 없거나 충동적이어서 또래 관계에 문제가 있는 아동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부모 상담을 통해 ADHD 질병교육 및 양육 코칭이 곁들어진다면, 부모 자녀 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준다.

◇치료시기 놓치지 않고 치료 받는 게 중요=자녀가 ADHD에 의심된다면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인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냥 어려서 그런 거겠지`하면서 막연하게 낙관하는 것은 결국 더 큰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ADHD를 가진 아동의 70% 이상이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며 청소년기 ADHD의 약 50-65%는 성인기까지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 아동에 비해서 ADHD를 가진 청소년은 학습 능력 저하, 학교 생활 태만, 컴퓨터 게임 중독 등의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심한 경우 약물남용, 우울 및 불안장애, 청소년 비행 등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ADHD 주 증상이 지속돼 나타날 수도 있고 때로는 ADHD 증상의 장기간의 합병증으로 많은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 우울증, 적대적 반항장애, 행실장애 등을 진단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증상이 처음 나타날 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평가를 받고 필요하면 치료를 받는 것이 문제 행동을 없애주고 이차적인 적응문제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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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임우영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도움말=임우영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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